최대 실적 보험업계, 주주 환원은 ‘기대 이하’

입력 2024-03-21 04:02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운 보험업계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주주 환원책으로 주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은행권과 다른 행보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여러 곳이 호실적을 내고도 배당 성향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배당 성향은 기업이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등으로 지출한 총액의 비율이다. 실적이 나아졌는데 배당 성향이 낮아졌다는 것은 주주 배당 등을 이익만큼 늘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삼성화재는 2023년 순이익이 1조8220억원을 기록해 전년(1조2800억원) 대비 5000억원 이상 늘었지만 배당 성향은 45.8%에서 37.3%로 9% 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순이익이 5750억원에서 6080억원으로 증가한 현대해상도 배당 성향이 0.2% 포인트(26.8→26.6%) 내려갔고, 9830억원에서 1조7490억원으로 늘어난 DB손해보험도 9.9% 포인트(28.1→18.2%) 하락했다.

생명보험업계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삼성생명은 2023년 실적에 대한 배당 성향을 35%로 책정해 전년보다 1% 포인트 인상하기는 했지만 순이익 증가 폭이 3120억원(1조5830억→1조8950억원)으로 컸던 만큼 투자자 눈높이에는 모자란다는 평가다. 한화생명은 18%의 배당 성향을 책정했지만 지난 3년간 배당금이 없었던 데 따른 투자자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교보생명은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으로부터 배당 확대 요구를 받을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보험업계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신지급여력비율(K-ICS) 제도가 도입될 때 갑작스러운 자본 감소 부담을 덜기 위해 금융 당국에 10년 유예를 신청했다. 그 대가로 향후 10년간 배당 성향이 ‘직전 5년 평균의 절반 이내’로 제한돼 FI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최근 순이익 급증은 실제 체력 개선 결과가 아니라 회계 제도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새 회계 제도인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할 예정 보험금에서 실제로 준 보험금을 뺀 ‘예실차’를 순이익에 반영할 수 있게 돼 순이익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런 순이익을 주주 배당으로 썼다가 향후 유동성 위기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 성향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도 보험업계에 배당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예실차를 비롯해 IFRS17 도입으로 인한 실적 변동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라’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메리츠금융지주는 예외다. 자회사를 상장 폐지하고 금융지주만 남긴 뒤 증권 자회사의 배당 여력을 바탕으로 자사주 64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현금 4500억원을 배당해 1조원이 넘는 주주배당을 시행했다. 덕분에 조정호 회장은 지난해 배당으로만 2300억원이 넘는 돈을 타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