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과대학 ‘2000명 증원’ 배정 결과를 발표하며 의료 개혁에 쐐기를 박았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2000명 원안에서 단 1명도 줄이지 않았다.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에 82%, 경기·인천 지역에 나머지 18%를 배정했다. 서울소재 의대는 정원을 늘리지 않았다. 의료계가 즉각 증원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집단행동 돌입을 시사하면서 의정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의대 학생정원배정위원회 논의 결과 비수도권에 1639명, 경기와 인천에 361명을 배정한다고 20일 밝혔다. 서울은 늘어나는 2000명 중 1명도 배정되지 않았다. 이번 증원으로 2025학년도 정원은 비수도권의 경우 2023명에서 3662명으로, 경기·인천은 209명에서 570명으로 늘어난다. 서울은 그대로 826명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 브리핑에서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늘어나는 2000명을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원 발표 후 각 대학은 정원 변경을 위한 학칙을 개정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정원 변경을 신청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이 과정에서도 추후 정원 조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국가의 인력수급 정책과 연계돼 추진되고 그 결정을 교육부 장관이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정원 배정은 배정위원회가 지난 15일 첫 회의를 연 뒤 5일 만에 결정됐다. 졸속 행정이라는 의료계의 비판에 오 차관은 “시험을 치르게 될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일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이탈한 상황에서 의대 교수까지 집단행동을 예고했지만 정부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오래된 논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계는 반대를 하고 있고 또 실력 행사를 했다”며 “더 이상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의료 개혁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반발 속에 정원 배정을 강행하면서 의정 대화는 더 안갯속에 갇히게 됐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며 철회를 주장했다. ‘빅5’ 대형병원 소속 교수들도 교육 여건을 무시한 채 총선을 앞두고 추진하는 정치적 카드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