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가 선교사 500가정에 대한 연금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8일 특별한 3년 차 헌금이 사랑의 정성과 수고로 완료됐다. 교회는 앞서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예배당에서 선교사 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순서를 가졌다.
교회는 평소와 달리 1주 전 헌금 순서를 공지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700가정분(8억4000만원)의 헌금을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일 주일예배에선 581가정분의 헌금이 작정됐다. 닷새 후인 금요일까지 남은 119가정분의 헌금까지 채워졌다. 교회는 목표했던 700가정분(8억4000만원)의 헌금 작정을 1주 만에 100% 달성한 셈이다.
최종천 목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년 차이던 2022년부터 해마다 사전 알림 없이 당일에 성도들께 헌금을 공지했는데도 그 자리에서 바로 목표치를 달성하는 은혜가 이어져 왔다”며 “올해는 기금을 모으는 10년의 기간 중 유일하게 700가정분을 모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교인들이 성숙하게 마음을 모아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올해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별했던 까닭은 교회가 미리 짜둔 30년 장기 로드맵 때문이다. 교회는 매년 헌금으로 먼저 10년간을 월납한다. 2030년이 되면 이때까지 모인 초과 적립금을 포함해 새로운 10년 치 기금을 일괄 선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2024년 한해만 200가정분의 추가 헌금이 필요할 것으로 미리 계산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는 다시 500가정분을 목표로 헌금을 모은다.
교회가 이 사역에 나선 까닭
선교사 가정 연금 지원은 2001년 교회가 설립 10주년을 맞아 수립한 ‘분당중앙교회 인류애 실천 계획’의 일환이다. 선교사 1000명과 섬·농어촌 무대책 미대책 목회 은퇴자 1000명, 총 2000명의 연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2022년 1차로 선교사 500가정에 대한 연금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해 1월 지원자를 모집했고 94개국 84개 단체에서 836명의 선교사가 연금 지원을 신청했다. 심사 결과 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 296명, 예장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등에서 204명 등 총 76개국 500명을 최종 선발했다.
선발된 선교사들은 교회의 파송 선교사들이 가입한 것과 같은 상품으로 개인계좌를 개설했다. 교회는 그해 3월부터 납부를 시작했다. 모인 금액은 제1금융권의 은행이 운용 중이다. 최 목사는 “20년간 자체 파송 선교사와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지원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상품을 선택했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받는 분께 큰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납부된 연금은 현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첫 달인 2022년 3월 0%로 시작한 수익률은 2023년 7월 19.23%를 기록했고 올해 2월 기준 28.79%까지 치솟았다. 교회는 이달 초 성도들에게 연금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현재까지 모인 후원 금액은 1가정당 230만원이며 수익률을 적용한 연금평가금액은 약 296만원이다. 선발한 500가정 가운데 기타 이유로 후원을 포기한 선교사와 추가로 선발한 선교사를 포함해 총 484명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중도해약은 원천 불가
연금은 각 선교사 명의로 가입된 순수한 개인 재산이지만 공증된 협약에 따라 어떤 경우도 30년 이내 중도 해지 및 연금 조기 실현이 불가능하다. 1차 지원 대상에 선정된 선교사가 연금 실현 시점인 2052년 전에 사망하더라도 중도 해지는 불가능하다. 이때 연금 계좌는 선교사 배우자에게 연금으로 상속된다. 자녀의 경우 연금으로 받을 수는 없지만 30년 동안 납부돼 늘어난 금액 그대로 일시금으로 전액 상속된다.
최 목사는 “중도 해지를 막은 것은 애초에 선교사에게 선물하려던 연금 액수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며 “이 지원 계획이 선교사의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중도 해지를 막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복리를 적용하는 연금 상품의 특성상 보유 기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납부 20년 후와 30년 후 실현 가능한 연금 액수 차이가 크게는 3배까지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새로운 선교사 500가정에 대한 2차 지원과 섬·농어촌 무대책 미대책 목회 은퇴자 1000가정분에 대한 연금 재원도 계획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최 목사는 “우리의 행보는 교회가 개척 이후 일관성 있게 외쳐온 ‘빵과 함께 복음을’ ‘한 사람이 1000명을 돕는다’ ‘인류애 실천’ 등의 구호와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런 사역이 분당중앙교회에 그치지 않고 한국교회 여러 단위로 퍼져나가기를 교회는 기대하고 있다.
최 목사는 “우리 교회는 주일 낮 장년 예배당 출석 인원이 1400~1500명 사이의 규모이고 교인 1인당 평균 헌금액이 그리 많은 교회가 아니다”라며 “우리 교회 사례를 참고해 교회마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단 몇 가정만이라도 형편이 어려운 선교사와 목회자의 노후 준비에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