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많은 기업들이 상속세를 신경쓰느라 혁신은커녕 기업 밸류업(가치 향상)이나 근로자 처우개선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이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장수 기업이 많아지고 경제도 지속 성장하도록 적극 제도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혀 상속세제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상공의 날 기념식’ 특별강연을 통해 “우리나라는 가업승계를 단지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며 “세율이 매우 높고 요건이 아주 까다로운 가업승계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누가 이런 현실에서 마음 놓고 기업에 투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의 특별강연은 약 1시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독일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30%로 우리나라의 50%보다 훨씬 낮고, 기업 규모에 관계 없이 가업상속 공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그것도 고용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10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 결과 오늘날 독일은 세계 최고의 히든 챔피언과 100년 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4차 민생토론회에서도 “상속세와 과도한 할증과세에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상속세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특별강연에서 “정부는 독과점 카르텔 타파를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면서 “우리 기업들 스스로도 독과점의 지대 추구에 안주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혁신 노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나라 은행의 이자 수익은 60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5대 은행의 이자 수익은 40조원이 넘는다”며 “그런데 세계은행 순위에서 50위 이내에 우리나라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은행권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개혁과 관련해서는 “근로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 우리의 노동 현장은 결코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념으로 무장한 기득권 노조 카르텔로 인해 노동 현장에 불법이 판을 친다”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하면서 힘없는 미조직 근로자는 오히려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별강연 중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승만이 놓은 레일 위를 박정희가 달렸다’는 말처럼 두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이 오늘의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관객 116만명을 돌파했다”며 “많은 국민들이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현대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