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교체와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조기 귀국 구상을 이미 갖고 있었으며, 4·10 총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20일을 ‘D데이’ 삼아 이를 발표한 것이라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사가 오는 25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조만간 귀국하면 ‘도주’ 프레임의 절반은 해결될 것”이라며 “이 대사는 해명이 될 때까지, 필요할 때까지 국내에 남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정국을 뒤흔든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황 수석 사의가 수용되고, 이 대사가 귀국할 경우 민심의 불길이 어느 정도 잡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타이밍을 보고 기다렸다가 전격적인 발표를 하는 윤 대통령의 승부사적 기질이 이번에도 드러났다”면서 “이번 사의 수용이 상황에 밀려서 한 것도 아니고, 쇼하듯이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대통령실 참모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미비한 수사 준비와 야당의 공세에 대해 여론이 충분히 반영된 시점을 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 대사가 참석하는 공관장 회의에는 방산 주요 협력 대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인도네시아·카타르·폴란드·호주 등 6개국 주재 한국 대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공관장 회의는 급조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올해 초부터 준비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대사가 공수처 조사를 기다리며 국내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안 됐다고 할 경우에도 조사를 기다리며 대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사는 ‘이제 그만해도 됐다’는 여론이 나올 때까지 조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호주 대사로서 국익을 위해 현지에서 할 일이 많지만 정치적 논란을 수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사건 실체에 대한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잘라라’ 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정치 공세”라며 “이 대사를 둘러싼 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경우 비판적인 여론은 수면 아래로 수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원 이종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