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 10대 ‘솜방망이 처벌’, 대법원이 제동

입력 2024-03-2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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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밀수하려 한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10대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대법원이 뒤집었다. 대법원은 “마약 밀수 범행은 엄정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향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19)에 대해 소년부 송치 결정을 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 결정은 재량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난 판단”이라고 밝혔다.

A씨는 고등학생이던 지난해 4~5월 독일에서 케타민 약 2.96㎏(도매가 1억9200만원 상당)을 팬케이크를 만드는 기계에 숨겨 밀수입하려다 현지 세관에 적발돼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10월 A씨에게 장기 6년, 단기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A씨에 대해 “징역형보다는 보호처분을 통해 품행을 교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소년부 송치 결정했다. 재판부는 “평소 학교에서 성실하게 생활한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선생님들과 가족들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년부에 송치되면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고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구속상태였던 A씨는 소년부 송치 결정으로 석방됐다. 서울고검은 A씨를 즉각 출국금지 조치하고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A씨가 잘못을 저질러도 마땅한 형사처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얻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며 소년부 송치 결정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A씨가 공범들에게 구체적 범행을 지시하는 등 가담 정도가 무거운 점, 당시 성인에 가까운 판단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