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방문 왕이 “독립이 호주 외교 원칙돼야”

입력 2024-03-21 04:03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0일 캔버라의 국회의사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호주를 방문해 ‘독자 외교’를 강조하며 미국 견제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장이 호주를 방문한 건 7년 만이다.

20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캔버라에서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과 제7차 중국-호주 외교전략대화를 갖고 양국 간 갈등을 언급하며 “지난 10년간 우여곡절은 우리에게 배울 필요가 있는 교훈을 남겼다. 핵심적인 것은 상호 존중을 견지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국은 줄곧 독립 자주의 평화 외교 정책을 추구해 왔다”며 “독립은 호주의 대외 정책에서도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 중국-호주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지도, 제3자의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도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가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호주의 지난해 무역 흑자 중 80% 가까이가 대중국 무역에서 나왔다”며 호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웡 장관은 “호주는 언제나 호주이고 중국은 언제나 중국”이라며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갈등 예방 구조에 전념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 소통이 중단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국은 보수 성향인 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가 2018년 집권한 뒤 갈등을 겪었다. 호주가 5세대 이동통신(5G)망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하는 등 반중 행보를 보이자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석탄 등에 고율 관세를 물리며 보복에 나섰다. 2022년 호주에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뒤 화해 기류가 조성됐지만 고관세 장벽은 일부 남아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