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총장마다 터져 나오는 “주가 제고·주주 환원” 목소리

입력 2024-03-21 04:03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20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날선 질문이 쏟아졌다. “적자인 SK하이닉스는 주가가 계속 오르는데, 흑자인 삼성전자 주가는 왜 이러냐.” “AI(인공지능)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해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놓쳐서 그런 것 아니냐.” “인텔까지 삼성을 추월하겠다고 선언한 파운드리 경쟁력은 어떻게 할 거냐.” 지지부진한 주가를 성토하고 그 원인을 추궁하는 질문에 경영진이 곤혹스럽게 답하는 가운데 결국 이런 말이 나왔다. “배당 총액과 주당 배당금이 전부 전년과 똑같고, 배당 성향도 당기순이익의 35%에 그친다. 주주들을 너무 안이하게 대하는 것 아닌가.” 올해 주총 시즌 키워드인 주주 환원 이슈에서 국내 최대 기업도 자유롭지 못했다.

주가 제고와 주주 환원 요구가 분출하는 것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마다 공통적으로 겪는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이날 삼성SDI 주총에서도 “매출이 배로 늘었는데 주가는 반토막”이라거나 “배당 성향이 3.7%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성토가 이어졌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폭락한 네이버나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육박하는데 무배당을 선언한 LG에너지솔루션 등의 온라인 주주 커뮤니티에선 주총을 벼르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기업을 향한 투자자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중진국의 한계로 여기며 감내하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주주 가치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모습이 보편화했다. 한국 투자자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 경제 규모를 갖췄고 기업의 역량도 세계적 수준인데, 유독 주식시장만 후진적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결코 정상일 수 없다. 이제 투자자도 선진국의 그들처럼 투자의 정당한 대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더 예리한 시선으로 기업의 경영을 주시할 것이다. 주주 가치 제고에 소홀했던 한국 기업의 오랜 관행이 이제 달라져야 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는 기업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기업 경영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뛰어들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