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상장사·배당 늘린 기업에 투자한 주주 ‘세제 인센티브’

입력 2024-03-20 04:06
연합뉴스

정부가 19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 세제 지원 방안은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장 기업과 배당을 늘린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 대해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게 골자다. 지난달 공개된 밸류업 지원 방안에 세제 대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지만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세부적인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기업이 배당,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늘릴 경우 증가분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을 늘린 기업에 투자한 주주에겐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세제혜택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세부적인 지원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향후 기업들의 배당, 자사주 소각 규모 집계가 끝나는 4월 이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방식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세제 지원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세부 지원 방안에 달려 있다. 결정되는 세제혜택의 수준에 따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과거에 배당에 인색했던 기업이 법인세 경감을 위해 늘릴 경우 증가분이 크게 잡히는 기저효과가 발생한다. 증가분 규모도 전년, 3년 평균, 5년 평균 등 어느 시점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배당소득에 대한 세제혜택은 ‘부자 감세’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소득은 상대적으로 지분을 많이 가진 대주주에게 돌아가므로 분리과세 등 소득세 혜택도 이들이 더 많이 누리게 된다.

이번 세제 인센티브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보편적 조치인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기재부 관계자도 “미국과 일본에는 이 같은 세제 지원이 없다”며 “미국은 분리과세를 하므로 수요가 적고 유럽에서 분리과세하는 나라들도 추가로 혜택을 줄 요인이 적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이번 세제혜택을 환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미 주주환원 방향을 발표한 기업들은 애초 계획보다 더 큰 규모의 주주환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제혜택 외에도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나 행동주의 등 시장 내에서 투자자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경영진이 받아들이는 부분이 커져야 한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시장의 사례를 보며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김준희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