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9~20일 개최되는 가운데 미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후퇴하고 있다. 주요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된 데다 국제 유가는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서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늦춰져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정책 전환을 어렵게 한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68달러(2.1%)오른 배럴당 82.72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보다 1.55달러(1.8%) 오른 배럴당 86.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해 10월 말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으로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요 산유국이 수출 제한에 나서며 가격이 상승했다.
앞서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시기 전망을 늦추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금리선물 트레이더들은 6월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55.1%로 보고 있다. 전날에는 58.1%였지만 치솟는 유가에 3.0% 포인트가 줄었다. 지난주만 해도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9.3%였다.
올해 예상되는 금리 인하 횟수도 축소되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연준이 최대 여섯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올해 4차례 금리 인하를 예측했던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이를 3차례로 수정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3분의 2 이상이 연준이 올해 2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FOMC에서는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가 공개된다. 지난해보다 하향된 전망이 나올지가 시장 관심사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은 올해 3차례 금리를 내려서 연말이 되면 4.5~4.7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보다 매파적인 전망이 나올 것으로 본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인하 기대감이 또 한 번 후퇴하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더딘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이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만큼 매파적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