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사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칩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대 10조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진 거대 AI 모델 훈련을 지원하는 핵심 부품이다.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AI 반도체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가 더 굳어질지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새로운 AI 칩 ‘블랙웰’을 공개했다. AI 칩이란 거대언어모델(LLM)을 비롯한 AI 기술을 초고속·저전력으로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뜻한다. 최첨단 GPU인 블랙웰은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했다. 기존 제품인 H100의 트랜지스터는 800억개다. 전류·전압 흐름을 조절하고 신호를 증폭하는 트랜지스터가 많을수록 칩의 성능이 높아진다. 블랙웰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서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블랙웰 72개와 자사 중앙처리장치(CPU)인 ‘그레이스’ 36개를 연결한 컴퓨팅 시스템 ‘GB200 NVL72’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LLM의 추론 과정에서 H100을 탑재했을 때보다 성능을 최대 30배 높이고, 비용 및 에너지 소비는 최대 25배까지 줄여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은 최대 10조개 파라미터를 가진 AI 모델의 훈련과 실시간 추론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모델에서 파라미터는 인간 뇌 속 시냅스의 역할을 한다. 그는 엔비디아가 이전처럼 단순히 칩을 납품하는 것이 아닌, GB200 NVL72처럼 컴퓨팅 시스템을 판매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 델 테크놀로지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테슬라 등 빅테크들이 블랙웰을 도입할 예정이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들 기업에 AI 반도체는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이날 엔비디아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님(NIM)’도 공개했다.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 제품을 기반으로 한 AI 모델을 더 효율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칩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영역도 공략해 AI 반도체 생태계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구글, MS, 오픈AI 등 빅테크들은 자체 AI 칩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황 CEO는 “우리는 30년간 AI와 딥러닝 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속도가 빠른 컴퓨팅 시스템을 추구해왔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