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 속도가 늦다는 지적에 대해 19일 “속도를 높이자 해서 액셀을 밟아 시속 100~150㎞ 질주하듯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여권 압박에도 공수처의 계획과 일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저희가 해온 대로, 하고 있는 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권은 공수처의 ‘수사 지연’을 연일 문제 삼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공수처가 (이종섭 주호주 대사를) 즉각 소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4일 “공수처가 7개월간 조사를 안 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 대사 측 변호인은 이날 공수처에 ‘조사 기일 지정 촉구서’를 제출했다. 이 대사 측은 “수차례 밝혔듯 언제든 출석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하루 속히 조사 기일을 지정해 줄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사무실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김 사령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조사는 아직 진행하지 못했다. 이미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장이 접수된 점, 사안이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가 신속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도 언급했다. 채 상병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 소속 평검사는 현재 4명이다.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도 수사4부가 맡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4부에 인력을 더 투입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전날 대통령실과 이 대사 출국 허락 여부를 놓고 충돌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이 대사 출국을 허락했다”고 밝혔지만, 공수처는 “허락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에게 거짓말하는 모양새가 돼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정치적 논쟁·이슈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굉장히 경계해왔는데 급작스럽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들어가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