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천년 노을 품은 오색찬란 홍성 스카이타워

입력 2024-03-20 21:16
오색찬란한 조명을 밝힌 촛대 모양의 ‘홍성 스카이타워’ 첨탑 위에 걸린 해가 초에 불을 붙이는 듯하다.

‘천년의 고장’이라 불리는 충남 홍성에는 산, 바다, 역사유적지 등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다. 북쪽에 용봉산, 동쪽에 봉수산, 남쪽에 오서산, 서쪽에 백월산이 병풍처럼 둘려 있다. 서부면 남당항·어사항 등 천수만 해변에는 다양한 포토존과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명소가 즐비하다. 여기에 조만간 홍성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서부면 상황리에 ‘홍성 스카이타워’가 5월 중 개장할 예정이다. 스카이타워는 높이 65m의 초대형 전망대다. 타워구조물에 256가지 색을 표현할 수 있는 RGB조명이 화려함을 더한다. 특히 첨탑 조형물에 조명이 켜지면 잘 만들어진 촛대 위에 촛불이 켜진 것처럼 아름답다. 상부에 아찔한 스릴감과 재미를 선사할 66m 둘레의 스카이워크 체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타워전망대에 올라서면 남쪽으로는 남당항 너머 보령까지, 북쪽으로는 궁리포구 뒤 서산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서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천수만 가운데 떠 있는 죽도와 건너편 태안 안면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한층 내려서면 발아래가 모두 유리로 돼 있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바닥이 아찔하게 내려다 보여 걸음을 옮길 때마다 스릴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바로 아래 모섬이 내려다보인다. 나무계단을 따라 섬에 올라서면 속동전망대가 반긴다. 전망대 끝부분이 배 앞머리 모양을 띠고 있어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스카이타워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궁리포구다. 천수만과 방조제, 간월도, 안면도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인조잔디공원 등을 갖춘 ‘놀궁리해상파크’ 등 새로운 관광시설이 곧 문을 열 예정이다.

스카이타워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어사리(魚沙里) 노을공원에 닿는다. 남녀가 행복한 모습으로 소중한 약속을 나누는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이 연인들에게 인기다. 조형물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도 일품이다.

왼쪽 멀리 죽도를 볼 수 있는 남당항 노을전망대.

남당항 인근에 노을전망대가 있다. 높이 13m, 길이 102m로 바다로 뻗어 있다. 전망대에 올라 아래로 흐르는 바닷물을 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바다에서 지켜보는 일몰과 자연경관은 탄성을 자아낸다.

남당항에 5만6000여㎡ 규모의 해양 분수공원이 조성됐다. 음악분수는 6600㎡ 규모에 바닥분수 및 안개분수, 레이저 및 야간경관 조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진을 연출할 수 있는 트릭 아트존에서는 해변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홍성읍 일대를 한눈에 보는 백월산 정상.

바다를 떠나 홍성의 내륙으로 들어서면 홍성을 둘러싼 산을 만날 수 있다. 홍성의 서쪽에 백월산이 우뚝하다. 394.3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에 서면 홍성읍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코끼리바위, 코뿔소바위, 얼굴바위 등 기암괴석도 볼거리다.

백월산 꼭대기에 자리한 코뿔소를 닮은 바위.

홍성에는 최영, 성삼문, 김좌진, 한용운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많다. 이름난 위인들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얘기도 적지 않다.

홍동면 원천리와 경계를 이루는 광천읍 월림리에 ‘열녀 난향의 묘’가 있다. 비석에는 난향(蘭香)이라 적혀 있지만 본래 이름은 만향(晩香)이다.

만향은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쯤 함흥 기생이었다. 홍성 출신 황흠이 함경도 관찰사로 부임했을 때 관찰사의 아들 황규하와 사랑에 빠졌다. 1년 만에 황흠이 한양으로 발령 나면서 황규하는 한양에서 만향을 잊고 지냈다. 정절을 지키며 기다리던 만향은 한양으로 갔지만 황규하는 모친상을 당해 벼슬을 내놓고 고향 홍성으로 낙향한 후였다. 다시 홍성으로 갔지만 황규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황규하의 무덤 옆에서 시묘살이를 하던 만향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마을 사람들은 황규하 묘 옆에 만향을 묻어줬다. 훗날 황규하의 아들이 아버지의 산소만 경기도 용인으로 이장하면서 홀로 남게 됐다.

지극 정성으로 부모의 병을 낫게 한 복한의 효자비.

열녀에 이어 효자 이야기를 품은 곳도 있다. 홍성군 금마면 신곡리에 우리나라 최초의 효자비가 서 있다. 1458년(세조 4년)에 세워진 ‘복한 효자비’다. 사헌부 장령을 지낸 복한이란 이의 효의 행실이 기록돼 있다. 벼슬에서 물러나 부모를 모시던 중 부친이 병이 나자 매일 거리가 먼 뒷동네 샘에 가서 물을 떠 약을 달였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나보니 집 앞에서 물이 솟았다. 복한의 효성이 지극해 샘물이 솟아올랐다고 해서 ‘효자샘’이라 불린다. 조정에서는 그의 효행을 기리는 효자첩을 내렸다.

[여행메모]
쫄깃·담백… 겨울철 별미 새조개
차로 오르는 백월산 좁은길 주의

홍성 남당항은 수도권에서 2시간 안팎으로 도착할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나들목을 이용하면 편하다. 천수만에 떠 있는 홍성의 유일한 유인도 죽도 가는 배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남당항은 광활하게 펼쳐진 천수만과 어우러진 수산물의 보고(寶庫)다. 홍성은 몰라도 남당항은 알 정도로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새조개, 대하, 우럭, 꽃게, 새우 등 사시사철 싱싱한 수산물이 넘쳐 난다.

겨울철 별미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남당항 새조개축제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속살 모양이 새의 부리와 닮아서 새조개라는 이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조개는 쫄깃하고 담백한 감칠맛이 특징으로 단백질과 철분, 타우린과 필수 아미노산 등 영양소도 풍부하다. 샤부샤부로 익혀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끓는 물에 조개, 채소 등을 넣어 육수를 내고 새조개를 담가 익힌 후 초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홍성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한우 축산지인 만큼 소고기도 먹어봐야 한다. 광천은 새우젓만큼이나 불고기로도 유명하다.

봉분이 반쯤 허물어진 채 쓸쓸히 남아 있는 만향의 묘.

백월산은 정상 바로 아래까지 도로가 나 있어 차로 오를 수 있지만 좁은 길이라 오르내릴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용의 해를 맞아 용봉산도 인기다. 해발 381m 높이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지만 산 전체가 바위로 뒤덮여 있는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복한 효자비는 내비게이션에 검색되지만 만향의 묘는 찾기가 쉽지 않다. ‘광천읍 월림리 산70’을 찾아가면 된다.





홍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