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애터미 회장 박한길 (18)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전하라… 전도 ‘지맘의 법칙’

입력 2024-03-20 03:04 수정 2024-03-20 09:56
국내외에서 매년 100회가 넘는 복음사경회를 열고 있는 박한길(가운데) 회장이 지난해 2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복음사경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새신자들은 현지 교회나 선교단체로 연결해 양육 받도록 돕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선교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선교하기가 쉬울 때가 어디 있단 말인가. 구한말 이 땅에 온 선교사님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몇 달씩 배를 타고 와야 했고 풍토병으로 자녀들까지 잃었다. 또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선교했는가. 나는 대전 침례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많은 학생이 요즘은 교회 개척이 어렵다고 말한다. 환경이 어려워진 게 아니라 졸업생 중 우수한 자원은 대형교회 부목사로 발탁되는 경우가 대다수라 개척교회 성공 비율이 낮은 것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개척교회로 시작해 예배당 자리가 없을 만큼 부흥되는 교회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수하고 뛰어난 신학생들이 중대형교회의 안정된 자리를 찾기보다 도전정신을 가지고 교회 개척에 앞장섰으면 좋겠다.

해외 선교도 많이 나섰으면 좋겠다. 더 바란다면 후원받지 않는 선교를 하면 좋겠다. 가난한 나라에 가서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함께 손잡고 바닥에서부터 일어서 보는 것이다. 나도 매월 1000명 정도 모이는 복음사경회를 주관하고 해외 교육과 의료 선교를 하지만 한 푼도 외부의 도움을 요청해본 기억이 없다. 애터미를 창업할 때도 누구의 도움이나 투자를 받지 않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우수한 화장품과 헤모힘을 개발했고 생산을 위한 공장까지 잘 준비돼 있었다. 잘 팔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처음에 몇 박스를 싣고 혼자 팔러 다녔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팔아보라 했고 그 이익은 보상플랜을 만들어 잘 나누었다. 애터미도 잘되고 몰려오는 사람들에게 지금도 전도를 열심히 하고 있다.

몇 주 전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님이 특강을 부탁하셔서 다녀왔다. 가기 전에 손 목사님의 설교를 100편쯤 들었다. 모든 교인이 1년에 100명씩 전도 목표를 가지고 있고 장로 권사 직분자들은 이에 달성하지 못하면 직분을 내놓으라고까지 하셨다. 손 목사님 부부는 연간 300명씩 전도하신다는 교회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몹시 부담스러웠다. 세계로교회는 매년 1000명씩 새신자 세례식을 하는 교회다. ‘목사님 전도가 너무 쉬워요’라는 책은 삼성그룹의 임직원 권장 도서까지 됐다고 한다.

나도 전도가 쉽다는 말에 100% 동의한다. 사실 전도는 성령의 역사이다. 내가 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저 입을 열어 말만 할 뿐이다. 사람의 마음 문을 여는 것은 성령의 도우심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주님은 우리에게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전하라 하셨다. 만약 예수 믿고 구원받았을 사람이 내가 전하지 않음으로써 지옥에 간다면 그 핏값을 나에게서 찾으신다는 엄중한 말씀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핏값을 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름 재미있는 명명도 했다. 이름하여 ‘면피 신앙’이다.

돌짝 밭이든 길가든 가시덤불이든 옥토든 우리는 가리지 말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 뿌렸는데 싹이 나지 않는 것은 뿌린 자의 책임이 아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옥토를 가려 뿌리지 못 했느냐고 책망하지 않으실 것이다. 다만 뿌리지 않은 것에는 책망이 뒤따른다. 세일즈를 할 때 구매할지 말지는 말을 들은 상대방이 결정할 문제다. 믿고 믿지 않고도 모두 자기 맘이다. 나는 전도를 ‘지맘의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뿌리고 말고는 내 맘이다. 내 맘만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