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통합이냐 저지냐 … 한미약품 ‘母子전쟁’

입력 2024-03-19 21:14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미약품그룹 일가가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 대결을 벌인다. 이번 주총에는 양측의 이해를 반영한 이사 선임 안건이 예정돼 있다. 이사회를 어느 측이 장악하느냐가 향후 OCI그룹과의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본점 소재지인 경기 화성시에서 주총을 열고 신규 이사 선임안 등을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한미 일가는 모녀와 형제가 나뉘어 OCI그룹과의 합병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OCI와의 통합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아내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이 추진했다.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형제는 이 결정에서 배제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모녀 측은 신규 이사로 임 실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총 6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송 회장을 비롯한 기존 한미사이언스 이사 4명에 더해 이사회 정원 10명을 모두 아군으로 채우겠다는 전략이다.

형제 측은 자신들을 포함한 5인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이들 모두 이사회에 들어갈 경우 기존 이사진 4명보다 많은 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고 OCI그룹과의 통합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양측의 지분은 모녀 측이 약 32%, 형제 측이 약 28%로 차이가 크지 않아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도 뜨겁다. 주총장 표 대결의 열쇠는 약 12% 지분을 가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약 7%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이 쥐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표심도 무시할 수 없다.


표 대결에서 모녀 측이 승리할 경우 OCI와의 통합은 탄력을 받게 된다.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 주총에서도 임 실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될 전망이다. 반대로 형제 측이 승리하면 OCI홀딩스와의 통합이 원점에서 재논의될 공산이 크다.

송 회장 측은 OCI와의 통합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경영권을 지키고 한미의 미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OCI와의 이종결합이 신약개발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 생각이 곧 임성기 회장의 생각”이라며 OCI그룹과 통합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이에 임 사장은 2020년 타계한 부친이 ‘사후 5년간 지금의 체제를 바꾸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반박했다. 이어 “선친께서 살아 계셨다면 한미약품이 OCI에 사실상 종속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러한 거래를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도 했다.

임 사장은 또 “한미와 OCI의 통합결정이 송 회장과 제약 분야 비전문가인 사외이사 3인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일반 주주들의 의견은 무시됐고 주주들은 심각한 재산상의 손해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형제 측은 지난 1월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방식으로 취득하고 임 실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등의 통합안 발표에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는 무효”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통합안대로 되면 형제 측의 지분율은 낮아지고 한미약품그룹에 대한 영향력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