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할 전망이다. 장기간 지속된 저성장, 저물가 탓에 비정상 궤도에 있었던 통화 정책을 정상화한다는 의미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으로부터 탈출을 앞두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관련 예상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단기금리가 0.0~0.01%로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일본의 물가와 임금이 오름세를 보이며 선순환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했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변경하려면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최근 수치에서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올해 대기업 평균 임금 인상률이 5.28%로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2.3%로 목표치인 2%를 넘어섰고, 지난 1월에도 2% 오르며 22개월 연속 2% 이상을 기록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6월로 미뤄진 것이 일본은행이 금리 정책을 전환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요소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맞물리면 엔·달러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으므로 4월보다는 이달이 정책 변경의 적기라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하면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벗어났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일본은행의 통화 정책 전환이 “일본 경제의 비상상황 종료에 따른 통화 정책 정상화로의 첫걸음”이라며 “금리의 시장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는 경제로 회귀하면서 일본 경제의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엔화 가치가 상승해 일본 수출 기업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 증시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온 것도 ‘엔저’가 뒷받침한 측면이 있어 증시 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날 일본 증시는 통화 정책 불확실성 해소로 오히려 2.67% 올랐다. 이달 초 4만 선을 넘긴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주 3만8000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날 3만9740으로 마감했다. 지난주 주간 기준 연중 최대인 2.47% 하락했지만 이날 상승으로 하락분을 고스란히 되돌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금융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며 “주식을 되사는 움직임이 우세해졌다”고 분석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