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서민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해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70조원을 넘어섰고, 카드 이용자의 연체율도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1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2년 말(68조원)보다 3조원, 2021년 말(65조8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사가 보험 해지 환급금 내에서 계약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불경기에 은행 등에서 자금줄이 막힌 보험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국내 보험사에서 대출받은 3명 중 1명은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 대출채권의 잠재 위험요인 점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다중채무자 비중이 32.1%(차주 수 기준)로 은행(10.4%), 캐피털(28.7%)보다 높다고 밝혔다.
자금 압박이 커지면서 가입한 보험을 해약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생보사·손보사 합계 보험 해약 건수는 2021년 1만1466건에서 2022년 1만1654건, 지난해 1만2922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카드사 연체율은 1.63%로 2014년(1.6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2023년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 연체율은 1년 전보다 0.42% 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 연체율은 카드대금, 할부, 리볼빙, 카드론, 신용대출 등을 1개월 이상 연체한 비중을 말한다.
카드사의 부실채권 비중도 늘고 있다. 지난해 고정이하여신비율(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은 1.14%로 1년 새 0.29% 포인트 상승했다. 할부금융·리스 등 비카드 여신전문금융업계 역시 지난해 연체율(1.88%)과 고정이하여신비율(2.20%)이 전년 대비 각각 0.63% 포인트, 0.66% 포인트 상승했다. 서민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도 올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 1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2120억원으로 지난해 말(38조7613억원)보다 4507억원 증가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