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양성화하겠다더니… ‘온라인 경마’ 떨떠름

입력 2024-03-19 00:02
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가 불법 경마 시장을 흡수하겠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 시범 운영을 개시했지만 이용객 구성은 오프라인 경마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마권이 취지와 달리 중독성 확대로만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모집한 온라인 마권 시범 운영에 등록한 고객은 1만7684명이다. 연령별로는 전체의 46.5%를 차지한 50대가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이상(38.9%), 40대(12.5%), 30대 이하(2.1%) 순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90.0%, 여성이 10.0%를 각각 차지했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경마 이용객과 거의 유사한 구성이다. 마사회 고객성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현장발매기나 현장 애플리케이션(전자카드)으로 마권을 구매한 6397명 중 39.7%는 50대, 40.9%가 60대 이상이었다. 40대는 12.7%, 30대 이하는 6.7%였다. 구성만 놓고 봤을 때 온라인 마권 발매로 신규 이용객이 유입되는 양상은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국내에서 마권을 사서 경마에 참여하려면 경마장이나 장외 발매소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전자카드 앱을 활용한 마권 구매도 해당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온라인 마권 도입이 결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는 6월부터는 만 21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마권을 살 수 있다.

마사회는 불법 경마를 잡아야 한다는 논리로 온라인 마권 도입을 성사시켰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제5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서 2022년 불법 경마 매출을 8조4536억원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합법 경마 매출인 7조3937억원보다 큰 액수다. 게다가 매출의 16%를 세금으로 내는 합법 경마와 달리 불법 경마는 정부 재정에 아무 보탬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온라인 마권이 도입 취지와 달리 과몰입만 부추기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정 부분 ‘레저’로서의 성격을 갖춘 현장 경마에 비해 중계와 베팅만 남은 온라인 마권에서는 사행성이 유독 강조되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온라인 경마’로 입문한 이용자들이 추후 오히려 베팅 상한이 없는 불법 경마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마사회 관계자는 “처벌 위험성이 사라지는 만큼 (불법 경마 이용자들이) 넘어올 동기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온라인 마권 서비스) 대면 가입을 통해 미성년자 유입을 차단하는 등 건전한 경마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