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 불법 판매 걸러낸다던 국내 쇼핑몰 ‘구멍’

입력 2024-03-19 04:08
게티이미지뱅크

알리의 ‘19금’ 공략에 불법 성인용품 범람이 이커머스 업계에 핫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만 문제가 아니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불법 성인 용품 판매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1, 2위 온라인 유통업체인 쿠팡·네이버에서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고도 다수의 성인용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쿠팡에서 ‘성인용품’을 검색하면 신체의 일부를 본뜬 성기구가 적나라한 사진을 달고 검색된다. 이외에도 성인에게만 팔 수 있는 특수형 콘돔, 사정 지연제 등이 성인용품으로 분류되지 않은 채 모든 사용자에게 판매되고 있었다. 이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이다.

네이버에서 역시 최근 수천여종의 성인용품이 성인인증 없이 판매되고 있었다. 네이버는 일부 키워드는 성인인증 없이는 검색조차 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어뒀는데, 조금만 달리 해 우회적으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성인용품을 찾을 수 있다. 검색어 자동완성을 통해 이같은 우회 키워드가 추천되기도 한다.

이런 상품들이 ‘음지’에 숨겨져 있는 것도 아니다.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성인용품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첫 화면부터 다수의 불법 상품이 뜬다. 쿠팡 첫 페이지의 한 상품은 실사용자 후기가 449개에 달하고 ‘쿠팡추천’ 배지까지 달려있을 정도다.

문제 상품들은 최소 5일 이상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고 계속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뿐 아니라 상품명과 상세설명에도 성인용품임을 나타내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된 모습이다.

불법 판매 성인용품을 하나 찾아낸다면 다른 불법 상품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 플랫폼들이 비슷한 종류의 상품을 연관상품으로 줄줄이 띄워주기 때문이다. 쿠팡에선 한 불법 성인용품에 14개의 상품이 연관상품으로 떠 있었다. 이 가운데 ‘19금’으로 표시된 상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모든 연령에 판매가 가능한 일반형 콘돔 등을 제외하면 총 8개가 불법 판매 성인용품이었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모든 상품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상품을 업로드하고, 청소년 구매 불가 여부 역시 판매자가 직접 선택하기 때문이다. 사후 모니터링에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관계자는 “19금 마크 및 청소년구매불가 처리가 되지 않은 성인용품은 발견 즉시 차단 조치를 하고 있다”며 “오타 등 모든 우회 키워드를 관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쿠팡과 네이버가 불법 상품 모니터링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키워드·사진을 모니터링하면 어렵지 않게 거를 수 있는 상품까지 두 플랫폼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며 “직매입 중심인 쿠팡과 검색 플랫폼인 네이버가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들에 비해 오픈마켓에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