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격수 김하성이 빅리거의 힘을 과시했다. 지난해 KBO리그 챔피언 LG 트윈스를 맞아 ‘대포 쇼’를 작렬했다.
김하성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에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안타 두 개가 모두 홈런이었다. 김하성의 맹활약에 힘입은 샌디에이고는 LG를 5대 4로 꺾었다.
팀의 5득점 중 4점에 관여한 ‘원맨쇼’는 양 팀이 0-0으로 맞선 2회 시작됐다. 직전 이닝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임찬규를 상대한 김하성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몰린 실투성 체인지업을 걷어 올렸고, 타구는 그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었다. 이 홈런으로 2루 주자 매니 마차도까지 홈을 밟았다.
LG의 끈질긴 저항 속 이어지던 2-1 살얼음판 리드를 깬 것도 김하성이었다. 6회 1사 1루에서 사이드암 정우영의 체인지업을 재차 좌월 투런포로 연결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몸쪽 깊이 붙어 오는 공을 힘들이지 않고 몸통 회전을 활용해 넘겼다.
절정의 활약에도 정작 김하성 본인은 덤덤했다. 오히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운이 좋았다”며 몸을 낮췄다.
그는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경기한다는 자체만으로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오늘의 감이 정규시즌에서도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주전 유격수의 연이틀 활약에 흡족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두 홈런 모두 끈질긴 승부 끝에 나왔다”며 “김하성은 겸손하고 프로페셔널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하성은 경기 전 LG 더그아웃을 찾아 지난 시즌 우승 사령탑인 옛 스승에게 축하를 건넸다. 염경엽 LG 감독은 김하성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한 2014시즌부터 3년간 그를 지도했다.
염 감독은 “수비와 허슬 플레이라는 본인의 장점에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며 “타격 면에서도 올해는 (타율) 2할8푼 정도 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LG의 통합우승 헹가래 투수였던 샌디에이고 고우석은 모처럼 친정 팬들 앞에 섰으나 마냥 웃지 못했다. 5-2로 앞선 9회말 환호 속에 마운드에 오른 그는 박해민을 안타로 내보낸 뒤 1사 1루에서 대타 이재원에게 좌중월 홈런을 맞았다.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26인짜리 개막 엔트리 확정을 앞두고 불의의 일격을 허용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