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CF100(무탄소에너지 100%)을 둘러싼 논쟁은 정부는 물론 환경단체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RE100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CF100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RE100을 처음 주창한 영국 환경 단체 클라이밋그룹 RE100의 마이크 피어스 총괄 대표는 CF100이 RE100으로 가는 길목일지언정, RE100 전환을 막는 방해 요소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어스 대표는 18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RE100이 달성 가능한 목표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미 1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RE100을 90~100% 달성했다”며 “RE100 확대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클라이밋그룹에 따르면 애플, 구글 등 27개국 428개 기업이 RE100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 한국 기업 36곳도 가입해 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RE100과 CF100은 공통점이 있다. 석유 등 화석연료를 아예 쓰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RE100은 풍력, 태양열 에너지, 수력 등을 전력원으로 하자는 것이고, CF100은 여기에 원자력과 수소 에너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피어스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기존 원자력발전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조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이것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장애물로써 작용한다면 그건 굉장히 큰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부터 이번 총선까지 RE100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윤석열정부는 CF100을 통한 에너지 전환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다는 피어스 대표는 “RE100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훨씬 더 깨끗하고 지속가능하고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2년에 한국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 목표를 기존 30%에서 21%로 축소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클라이밋그룹에서 ‘리스폰서블스틸’ 이사를 겸하고 있는 그는 최근엔 ‘스틸제로’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 스틸제로는 철강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이 철강사에 저탄소 철강 생산과 공급을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2030년 저탄소 철강 사용률 50%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 100%를 이루겠다는 선언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RE100에 가입한 철강사가 1곳도 없을 정도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철강 제품을 만들고, 탄소 발생이 적은 제품을 만드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피어스 대표는 “기업이 지속해서 철강사에 저탄소 제품을 요구하고, 철강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정부도 녹색 제품 사용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 관계자와 기업을 만나 스틸제로 캠페인을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피어스 대표는 1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탄소중립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