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양문석 공천 유지 가닥… 李 “책임 물을지는 국민이 판단”

입력 2024-03-19 04:0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지원유세를 벌이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도 공천받은 더불어민주당의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가 18일 봉하마을을 찾아 속죄했지만 당내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목발 경품’ 발언 거짓 사과 문제로 정봉주 전 의원 공천이 취소된 서울 강북을에선 다시 경선을 치르게 된 현역 박용진 의원이 ‘찍어내기 경선’이라고 비판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양 후보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왔다. 유가족에 대한 사죄,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한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말했다. 그는 권양숙 여사 예방 등에 관해 묻자 양팔로 ‘X’자를 만들어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지도부는 양 후보 공천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재명 대표는 서울 마포갑 지원유세 현장에서 “양 후보 발언이 지나쳤다.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후보(서울 종로)와 자주 통화했다며 “곽 후보가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과거에 한 발언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꼭 해 달라고 했다”고 여당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당내에선 양 후보 공천 과정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SBS라디오에서 “공천관리위원회 내부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며 “도덕성 문제에 대해 외부 위원들은 거의 최하점을 줬고 경선 자격을 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 분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공관위에서 통과가 됐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임혁백 공관위원장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선에서 패한 전해철 의원은 페이스북에 “양 후보의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자 인식의 표출”이라며 “노무현 정신은 당의 뿌리이자 정체성의 근간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강북을 경선을 놓고도 뒷말이 나왔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들어 득표율 30%가 감산되는 박 의원과 여성 정치 신인으로 25% 가점을 받는 조수진 변호사의 대결이 결과가 정해져 있는 ‘답정너 경선’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경선은 18~19일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의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다.

박 의원은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강북을 후보로 뽑아 달라는 호소를, 전주에 와서 하는 이 기막힌 상황이 우리 당 경선의 불공정한 현실과 지도부의 부당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전화 홍보방 운영’ 의혹을 받는 광주 북갑의 정준호 후보도 공천 취소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결단하면 전략공천 하도록 최고위로부터 권한이 위임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이 지역에 차순위인 현역 조오섭 의원 대신 제3의 인물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져 또다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