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소비·생산 기업을 대상으로 ‘그린철강(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철강)’ 인식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그린철강 전환 목표를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기업의 90%가 ‘구매 목표가 없고 목표를 세울 계획도 없다’고 답해 세계적인 철강업계 탈탄소 흐름에 뒤처져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비영리기관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18일 이런 내용의 ‘한국 철강산업의 그린철강 전환’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국내 철강 소비기업 150곳과 생산기업 50곳이 참여했다. 국내 철강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그린철강 인식 조사는 처음이다. 철강 산업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으로 2020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2%를 차지한다. 해외에선 수소와 전기를 이용한 그린철강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조사 대상 중 그린철강을 실제 생산·구매해 본 국내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향후 생산·구매를 고려한다는 답변도 생산기업 19곳(38%), 소비기업 8곳(5%)에 그쳤다.
그린철강 전환 목표를 수립한 기업도 드물었다. 소비기업 중 1개 기업만 그린철강 구매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14곳은 향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135곳(90%)은 목표도, 향후 목표 수립 계획도 없었다. 생산기업의 경우 아직 목표를 수립한 기업은 없었고, 절반에 못 미치는 21곳(42%)이 향후 목표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소비기업은 구매 목표가 없는 이유로 ‘비싼 가격’(62%, 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생산기업은 ‘원가 상승’(31%), ‘경영진 인식 부족’(24%), ‘소비자 요구 없음’(21%) 순이었다. 반면 그린철강이 미래 경쟁력이라고 보는 인식은 소비기업 3.57(5점 척도), 생산기업 3.75점으로 상당 부분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나현 KoSIF 선임연구원은 “그린철강 기준 확립과 공공조달 확대,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재정 지원과 그린수소·재생에너지 확대로 생산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