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한 귀국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귀국시키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라는데 대통령실만 나홀로 반대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18일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 대사 조사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공관장이 들어오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 이 대사 임명은 “방산 수출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기존 입장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일로 국민 불만은 날로 커져가고 있고, 여당은 여론 악화에 전전긍긍하는데 대통령실만 문제없다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이 대사를 소환하면 그때 귀국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는 대다수 국민들 생각과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국민들은 애초부터 핵심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한 것이나 도피시키듯 해외로 내보낸 게 다 잘못이라고 질타한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게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임명도 정당했고 해외에 머무는 게 뭐가 잘못이냐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그렇다면 국민과 여당만 어리석은 건가.
오죽하면 선거가 한창인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등 여당 인사들이 줄줄이 이 대사 귀국을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에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선 안 된다”면서 민심을 최우선으로 받들겠다고 밝혔다. 당과의 소통 강화도 약속했다. 그런데 국민이 잘못됐다고 하고, 여당까지 문제 있다고 지적한 일을 계속 묵살하면서 국민을 받들고 당과 소통한다고 할 수 있는가. 이런 불통과 당정 간 엇박자로 어떻게 선거를 이기겠다는 건지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윤 대통령이 진짜 민심을 받들겠다면 더는 지체하지 말고 이 대사 논란을 속히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