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유통업자 사재기 단속하라

입력 2024-03-19 04:03

요즘 시중에 “의사만 잡지 말고 물가도 잡아야 한다”는 농담이 유행한다. 고물가가 의사파업 못지않게 최대 민생현안이 된 터라 결코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BC카드에 따르면 고물가 지속으로 국민들이 지난달 학원비를 1년 전보다 24%나 줄였다고 한다. 국민들이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져도 자녀 사교육비만큼은 최후의 보루로 여겨 현상을 유지할만큼 향학열이 높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총선을 3주 앞두고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주 만에 30%대로 재추락한 것도 ‘고물가 민심’이 심상찮음을 반영한다. 이날 마침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구동성으로 물가 잡기 총력전을 선언하고 나선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다만 총선만을 겨냥한 대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난달 사과와 배 가격 상승률이 각각 71%, 61%나 치솟은 건 이상기후로 인한 수확량 감소도 원인이지만 농업정책·물가관리 실패에 근본 원인이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수급 부족이 예상되자 유통업자들이 사재기한 물량을 풀지 않아 과일값이 치솟고 있다는 게 산지 농민과 소매업자들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 1500억원을 즉시 투입하고 가격 안정 시까지 제한 없이 납품단가 할인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매점매석 행위를 단속하지 않고는 혈세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3.8%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1, 2월 2.8~3.1%로 둔화세를 보였지만 가공식품 가격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년 전보다 훨씬 높다. 지난달 라면값은 1년 전보다 4.8% 내렸지만 2년 전보다는 7.4% 높고, 1.2% 오르는 데 그친 빵은 19.0%나 비싸다. 식품회사들이 둔화한 원자재가격을 제때 반영하지 않고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품목별 물가담당관까지 지정해 놓고는 여태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물가관리 실패는 내수와 생산 위축은 물론 실업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의사파업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 못지 않게 정권의 성패가 근본적인 물가안정 대책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