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 소수자”로 규정하는 미 Z세대… 차금법 폐해 고스란히

입력 2024-03-19 03:06
동성애자인 담임교사가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공립 초등학교 교실 앞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프라이드 깃발을 붙인 모습, 이 학교에 올해 초 설치된 교사용 성중립 화장실 표시(왼쪽부터). 독자 제공

미국 20대에 해당하는 Z세대(1997~2004년생)가 다른 연령대에 비교해 자신을 성소수자로 더 많이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 정체성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차별금지법이 청년세대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교회를 떠난 다음세대가 성경적 가치관에서 멀어진 채 성 정체성 혼란마저 겪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팽배하다.

미국 설문조사기관인 공공종교조사기관(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PRRI)은 지난 1월 ‘Z세대의 28%가 자신을 LGBTQ로 인식한다’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부터 한 달여간 13~65세 6616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15%가 자신을 양성애자로 인식한다고 했고, 5%는 레즈비언 혹은 게이로, 8%는 기타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규정했다. LGBTQ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을 통칭하는 단어다. PRRI는 다양한 성소수자 응답을 모두 더해 Z세대 28%가 자신을 이성애자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멜리사 덱먼 PRRI 대표는 “Z세대가 다른 나이 든 세대에 비교해 LGBTQ에 친숙한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Z세대 LGBTQ 인식률은 다른 세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응답자 전체 LGBTQ 인식률(10%)에 거의 3배에 달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 차이는 벌어졌다. 이는 4%에 그친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 출생)와 침묵세대(1945년 이전 출생)의 7배, X세대(1965~1980년 출생) 7%의 4배에 달했으며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 16%의 2배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전국 1만명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벌인 설문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Z세대의 2020년 LGBTQ 인식률은 15.9%에서 2021년 20.8%, 2022년 19.7%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세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증가였다. 같은 기간 LGBTQ 인식에 대한 증가율은 침묵세대, 베이비붐세대, X세대 모두 1%도 채 되지 않았다. 밀레니얼세대만 2%정도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Z세대 증가율은 5%에 육박했다.

20대인 청년 세대가 높은 LGBTQ 성인식률을 드러낸 데는 성적 다양성을 포함한 공교육의 역할이 상당하다고 현지 크리스천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에서 18년째 사는 최혜선(가명) 사모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고등학교 학부모회에 갔다가 레즈비언이나 게이의 성관계까지 알려주는 성교육 과정에 불만이 많지만 내 아이만 제외하면 오히려 이상해지는 분위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말하는 학부모를 많이 만났다”고 귀띔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다수의 주에서는 ‘인종, 성별, 국가 등을 이유로 차별적 편견을 조장하는 교육을 금지한다’는 공교육 지침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중학교 이상의 공립학교는 동성애를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학부모 300여명은 2019년 5월 공립학교 성교육이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며 주 교육위원회에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학부모들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상대를 묶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성행위 방법이 소개됐다고 분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공립 중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젠더 퀴어’의 내용. 독자 제공

성중립 화장실이나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 자료도 공교육 현장에 광범위하게 침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한 공립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는 이미애(가명·50)씨는 “동성애자인 남성이 지난해부터 교사로 일한 뒤 올해 교사용 성중립 화장실이 교내에 설치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이수현(가명·45)씨는 “8살 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책을 읽다가 남성 동성애자가 알몸으로 등장해 성행위하는 장면을 보고 울었다는 얘기를 자녀에게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는 미국도서관협회가 2021년 발표한 민원을 가장 많이 받은 책 ‘젠더퀴어(gender queer)’였다고 이씨는 부연했다.

자유와평등을위한법정책연구소의 연구실장으로 활동 중인 전윤성 미국 변호사는 “연방 대법원이 2015년 동성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뒤 교육과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Z세대 등 청년들이 친 동성애 교육과 문화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계조차 성경적 가치관을 선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목회하는 김중기(가명) 목사는 “여러 주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뒤 성경적 가치관에 따라 동성애가 죄라는 설교도 할 수 없다”며 “교회뿐 아니라 다음세대가 있는 학교에서도 성경적 가치관을 전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크리스천 변호사 모임인 미국의 태평양법률협회에서 활동하는 주성철 목사는 “학부모는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성장기 자녀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교회와 함께 다음세대 지키기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며 “학교에서 어떤 분위기로 교육하는지, 어떤 교육과 정책을 시행하는지 점검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