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아동복 거리. 15년째 이곳을 지켜온 상인 민모(67)씨가 아동용 양말을 손에 들고 소리쳤다. “5살 아이가 신기 딱 좋은 사이즈예요. 애들 잘 넘어지는데, 미끄럼 방지가 돼 있냐고? 당연히 돼 있지!”
민씨는 상점을 지나가는 손님이 아닌 삼각대에 설치된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을 향해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통해 온라인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중이었다. 민씨뿐 아니라 이곳 상인들은 각자 자신의 가게에서 휴대전화 등을 통해 온라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가게를 지나치는 손님은 1~2명에 그쳤지만, 점포마다 활기가 돌았다.
코로나 사태와 경기불황을 거치며 시름하던 전통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 공간적 거리를 극복하며 유통 채널을 넓히는 모습이다.
남대문시장은 최근 3~4년 새 매출이 급감하는 추세였다. 저출생 고착화로 아동복 상인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10년 동안 아동복 장사를 해온 40대 이모씨는 “3년 전에 비해 매출이나 손님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2022년 6월부터 상인들의 줄폐업이 이어져 지난해 아동복 매장 공실률은 30%에 달했다.
오프라인 고객만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던 상인들은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소매업체 직원과 라이브 커머스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상인들은 방송을 통해 옷을 홍보하고, 구입한 옷은 택배로 보내준다. 이곳에서 14년째 아동복을 팔아 온 김모(64)씨는 “온라인 판매 수익이 크다 보니 여기 있는 상인 대부분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복 점포주 송모(66)씨는 “4시간 방송을 해 옷 200장을 팔았다”며 “보통 소매로는 하루에 40장을 파는데 4배를 한 번에 판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복 매장 9년차 직원인 40대 여성 임모씨 역시 “아동복계 큰손들이 온라인으로 찾아와 상품을 구입할 경우 3시간짜리 방송 한 번에 과거 하루 매출 이상이 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인터넷 방송을 하는 남대문 아동복 거리 상인 8명의 판매량을 취합한 결과, 2020년 2월 한 달간 평균 699장에 그쳤던 아동복 판매량은 3년 만인 지난해 2월 1113장으로 400장가량 늘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월 판매량(1772장)의 63%가량을 회복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2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팔린 아동복은 사업체당 275장으로 월평균 판매량의 약 25%를 차지했다.
라이브 방송이 인기를 얻자 오프라인 매장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날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를 찾은 30대 여성 박모씨는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남대문 아동복 거리 판매 상품을 봤는데 생각보다 옷 품질이 괜찮고 집이랑 가까워 직접 방문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시대 흐름에 적응하며 새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셈이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