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호소하는 교도소 수감자의 편지만 보고 마약성 의약품을 진찰 없이 처방해준 의사의 면허를 정지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9~2020년 교도소 수감자들에게서 통증을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A씨는 직접 수감자들을 진찰하지 않았음에도 17회에 걸쳐 편지에 적힌 증상을 바탕으로 처방전을 발급해 해당 교도소에 등기로 보냈다.
하지만 편지를 보낸 수감자 중 일부는 마약사범이었고, 처방해준 약에는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성 의약품도 포함돼 있었다. 의료법은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해 발급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A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2022년 벌금 300만원 약식 명령을 확정받았다.
복지부는 A씨에게 2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수감자들이 통증을 호소해 의사로서 책임감과 안타까운 마음을 느껴 최소한의 비용만을 받고 처방전을 발급해줬을 뿐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며 “원격진료나 대리처방이 법령상 허용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해 저지른 실수”라고 주장했다. 또 수감자들이 마약사범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형사사건에서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는 ‘혐의 없음’ 결정을 받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는 엄격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 처방 의약품에는 향정신성의약품도 포함돼 있고, 오남용 우려 및 건강·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받게 될 불이익은 A씨 잘못으로 발생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의료법 위반 행위를 엄격히 규제해야 할 공익상 필요성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