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도, 원어민 강사도 “오타니 보고파”… 고척돔 들썩

입력 2024-03-18 04:03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스페셜 매치에서 2회초 삼진을 당한 뒤 덕아웃에 들어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웅 기자

“우리 딸이 오타니 선수 광팬이거든요.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더니 아주 푹 빠졌어요.”

미국 메이저리그(MLB) ‘서울 시리즈’ 첫 날인 17일, LA 다저스선수들이 키움 히어로즈와의 스페셜 매치를 위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고척스카이돔은 들썩였다.

오타니 쇼헤이가 그라운드에 나타나면서 열기는 정점을 찍었다. 국가 제창을 위해 1루 측에 도열한 그의 뒷모습이 전광판 화면에 비치자 관중석에선 커다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1·2회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그때마다 팀 동료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큰 환호가 쏟아졌다. 휴대전화를 꺼내 ‘인증샷’을 남기는 팬도 여럿이었다. 비록 결과는 두 번 모두 삼진이었지만, 오타니도 헬멧이 벗겨질 만큼 전력을 다해 방망이를 휘둘렀다.

팬심은 이날 아침부터 들끓었다. 경기 개시를 3시간여 앞둔 오전 9시에도 유니폼에 오타니의 등번호 17번을 새긴 관중들이 삼삼오오 고척스카이돔 일대에 모여들었다. 정오가 가까워 올수록 인파도 불어났다. 구장 내 식음료와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매대 앞엔 길게 줄이 늘어섰다.

중앙 내야 복도에서 부친 김상호(53)씨와 함께 좌석 약도를 들여다보던 김태은(11) 양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오타니를 꼽았다. OB 베어스 올드 팬인 김씨와 달리 태은 양은 원래 야구를 즐기지 않았다.

갓 중학생이 된 그를 야구로 이끈 건 아버지가 아닌 오타니였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계기였다. 김씨는 “대학생 시절 배낭여행 도중 LA 다저스타디움에서 박찬호의 경기를 봤다”며 “딸에게도 그런 추억을 선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캐나다 출신의 서울살이 3년 차 영어 강사 재러드 퓨리(29)씨도 가장 보고 싶은 선수로 오타니를 꼽았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오랜 기간 지내 뉴욕 양키스 팬이 됐다”면서도 “오타니가 다저스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시리즈를 향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이던 2012년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회 참석 이후 꼬박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오타니는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남다른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한국에서 다시 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시리즈엔 오타니의 배우자인 일본여자프로농구 선수 출신 다나카 마미코도 동행했다. 한국으로 출국 직전 SNS를 통해 직접 배우자를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