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보조금 8조 받는 삼성전자… 국내 지원은 ‘0원’

입력 2024-03-18 04:04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60억 달러(약 8조원) 이상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받는 보조금(50억 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미국 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정작 한국 내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다.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서둘러 국내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가 이미 발표한 텍사스 프로젝트 외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6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은 2022년 반도체산업을 주요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법을 제정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과 연구·개발(R&D) 지원금 등 5년간 모두 527억 달러(약 70조1964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삼성전자에 대한 반도체법 보조금이 TSMC보다 많다”며 “TSMC의 투자액이 (삼성전자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대미 투자금액이 적은데도 보조금 책정액은 더 많으니 긍정적인 결과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TSMC 견제 의도가 깔렸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일색인 TSMC와 달리 반도체 설계부터 메모리반도체 생산, 패키징까지 가능한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공장을 미국 내 여러 곳에 세운다면 반도체 공급망 핵심축을 미국에 두는 데 유리하다. 동시에 TSMC에 대한 의존도는 낮출 수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 중심인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영토 안으로 들여온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 외에 반도체 보조금 지급 경쟁에 들어간 국가는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은 수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TSMC 공장을 자국에 유치했다. 유럽연합(EU)도 정부와 민간기업이 약 62조원을 투자해 유럽 내 공급망 구축에 집중한다. 인도는 반도체 기업 유치를 위해 13조원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내걸었다.

반면 한국은 보조금 정책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다. 대신 세액공제 확대, 국가산업단지 조성, 인력 양성 등 간접지원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직접 보조금 지급 시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산업이 국가 대항전 개념으로 부상한 만큼 한국도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등 국가 차원의 투자를 할 타이밍을 놓치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