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카모) 고위 임원이 이른바 금융감독원의 ‘매출 부풀리기’ 제재와 관련해 기업가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직원들에게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카모 안팎에선 카모가 최고 수위 제재를 추진 중인 금융당국의 판단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카모는 지난 13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내 간담회인 ‘올핸즈’를 진행했다. 이날 올핸즈에는 류긍선 대표가 아닌 유영중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날 유 CFO는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감리 현황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면서 “매출액은 기업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최종적으로 카모가 매출액 부풀리기를 고의로 했다고 결론 내리고, 이에 따라 매출액을 수정하고 제재안을 확정하더라도 카모 사업과 가치에는 영향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금감원은 지난달 카모가 가맹 택시사업을 하면서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고 최고 수위의 제재를 사전 통지했다. 카모가 기업가치를 ‘뻥튀기’하기 위해 매출을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방식을 택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카모 경영진은 매출액 자체가 기업가치와 큰 연관이 없으므로 금감원의 제재로 받을 타격도 없다면서 사안을 축소하려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유 CFO의 이 발언이 ‘자가당착’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카모는 지난 수년간 주식시장 상장을 대비해 매출액 키우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앞서 카모는 내부적으로 매출액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삼고 외형성장에 힘을 줬다. 2022년 카모 매각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매출액 등을 기반으로 8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카모 본사에 있는 황금색 라이언 동상은 카모가 매출액을 중시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동상은 2019년 카모의 매출 1000억원 돌파를 기념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직접 수여한 것이다.
카모 내부에서도 경영진의 안일한 판단을 지적한다. 금융당국이 심각하게 보는 사안을 굳이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미 카모는 금감원의 대표 해임 권고를 무시하고 류 대표를 연임시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카모 한 직원은 “현 정부와 또다시 각을 세우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카모 측은 “매출액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가 아닌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 산정기준이 주가매출비율(PSR)이 아니라 현금흐름 할인모형(DCF) 방식이었음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