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제적 발언 인사 줄줄이 낙천… ‘막말 정치’ 종식시켜야

입력 2024-03-18 04:02

4·10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막말을 일삼거나 편향된 이념을 가진 인사들이 연이어 탈락했다는 점이다. 과거 그들이 한 막말과 편향된 주장은 속속들이 드러났고,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자 각 당이 앞다퉈 공천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에선 북한군의 5·18 민주화운동 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후보, ‘난교’ 옹호 발언을 한 장예찬 후보의 공천이 취소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목함 지뢰’ 망언을 한 정봉주 후보가 끝내 낙천했다. 야권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선 주한미군 철수 등의 철 지난 반미 구호를 외쳐온 이들의 공천이 연이어 취소됐다. 이들 외 거대 양당에서 몇몇 인사들이 추가적으로 막말을 한 정황이 드러나 앞으로 공천 취소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런 흐름은 막말과 보편성을 잃은 이념으로는 더 이상 우리 정치권에서 발붙이기 어렵다는 걸 시사한다. 결코 한때의 흐름이나 소동으로 끝내선 안 될 사안이다.

정치권 주변 인사들이 막말을 쏟아내거나 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건 극단적 지지층을 자극해 주목을 받으려는 의도에서 기인된 측면이 크다. 또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왜곡된 역사관·안보관에 갇힌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은 SNS에서 인기를 얻으려고 같은 말도 더 자극적으로 하려는 행태도 많다. 하지만 그런 비뚤어진 의도와 인식을 가진 이들이 정치권에서 기웃거리고, 공직 후보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러운 일이다. 퇴출의 대상이어야 할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기성 정당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잘못됐다. 그런데도 여야는 강성 지지층에 인기가 높다는 명분으로, 정치적으로 선명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앞다퉈 영입해 왔다. 그런 분별없는 영입이 결국 국민적 지탄으로, 무더기 공천 취소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앞으로 막말과 왜곡된 이념을 가진 이들은 문제가 터진 뒤 걸러낼 게 아니라 애초부터 정치권에 불러들이지 말아야 한다. 막말만 철저히 걷어내도 한층 품격 있는 정치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아울러 선거철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막말 정치인을 즉각 퇴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막말을 해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도 이런 후진적 정치를 부추겨 왔는데, 여야의 제 식구 감싸기식 징계도 근절돼야 한다.

정제된 언사는 비단 여의도 정치인들뿐 아니라 공직자들에게 공히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을 겨냥한 ‘회칼 테러’ 언급이나 5·18 민주화운동 배후설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발언이다. 특히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야 할 시민사회수석이 그런 시대착오적인 말을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공직자로서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