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해 7∼8월 5개국의 18∼64세 취업자 각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공개한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사회적 지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꼽았다.
직종별 대표직업 15개를 선정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사회적 지위’를 5점 척도로 조사했는데 국회의원이 4.16점이었고, 약사(3.83점)가 뒤를 이었다. 일본과 중국은 한국처럼 1위가 국회의원이었지만 미국과 독일에선 소방관이 1위였고 국회의원의 경우 미국에선 12위, 독일에선 10위였다.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의 직업별 점수 격차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1위 국회의원과 최하위 건설일용 근로자(1.86점)의 격차가 2.30점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1위와 15위의 격차가 각각 0.92점, 0.93점에 불과했다.
이처럼 큰 점수 격차에 대해 연구진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직업 귀천의식이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 직업을 유달리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 달면 계속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고, 의사·약사 등의 직업을 갖게 되면 평생을 보장받는다고 생각한다. 두드러지는 의대 선호 현상 등이 이를 방증한다.
상대적으로 직업 인식 격차가 크지 않은 만 30~39세 연령층의 삶과 일 만족도가 다른 연령층보다 더 크게 하락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는 평등한 관점으로 직업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부모의 사회계층이 자신의 계층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삶과 일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에 대한 과대·과소 평가는 자칫 맹목적 추구나 비하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삶과 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합과 안정을 해칠 우려도 큰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직업 인식에 대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존감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이나 직업교육훈련 과정에서 직업의식 진작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노력과 함께 경영자·노동자 단체 등의 적극적 노력도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