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과 여자부 현대건설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2023-2024시즌 V리그 정규리그 선두 싸움의 승자가 됐다.
현대건설은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페퍼저축은행과의 6라운드 경기에서 3대 1(23-25, 25-15, 26-24, 25-19)로 승리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시즌을 선두로 마쳤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료됐던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을 제외하면 무려 13년 만에 거머쥔 1위 타이틀이다.
앞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도 유력 1위 후보 우리카드가 미끄러지며 대한항공이 1위에 올랐다. 최종전 직전까지만 해도 V리그 사상 첫 ‘4시즌 연속 통합우승’ 꿈에 적신호가 켜지는 듯했으나, 극적으로 다시 기회를 얻었다. 코로나19로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은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7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는 쾌거도 이뤘다.
두 팀 모두 힘겨운 시즌이었다. 현대건설은 시즌 초반 연승 행진을 달리다 후반기에 접어들며 급격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에이스 모마와 중앙의 양효진을 제외하고는 코트 위 화력이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윌로우 조합으로 전력을 재정비한 후엔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급기야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결정할 수 있었던 12일 흥국생명과 마지막 맞대결에서도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선두 수성을 위협당했다. 페퍼저축은행과 최종전에서도 첫 세트를 내주며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모마가 해결사로 나서며 가까스로 1위를 지켰다.
대한항공도 시즌 초반 부진이 길어지며 ‘절대 1강’ 자리를 내줄 뻔했다. 붙박이 에이스 링컨의 부상으로 전반기는 토종 아포짓 임동혁을 내세워 잇몸으로 버텨야 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무라드가 나타나며 희망을 얻었지만 6라운드 들어 다시 고비를 맞았다.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에 연달아 잡히며 1위 타이틀이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카드가 최종전에서 삼성화재에 충격패를 당한 덕에 행운의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