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2년 전 10명의 선생님들이 모였다. 어떤 학교를 세울 것인지 밤낮없이 토론했다. 성경 중심 교육은 쉽게 합의가 됐다. 학교 예배는 물론 고등학교이지만 조직신학 구약학 신약학 과목을 개설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하자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었다. 교과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교과서를 사용하는 수업은 교과서 주도 학습이지 결코 자기 주도 학습이 될 수 없다. 격론 끝에 교과서를 치우기로 했다. ‘낫 티칭, 벗 러닝(Not Teaching, but Learning).’ 즉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는 학교를 만들었다. 교과서에는 문제도 있고 답도 있다. 잘 외워서 옮겨 적는 공부는 별 의미가 없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문제를 찾아내고 질문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공 하나로 평생을 사는 세상은 이미 끝났다. 내가 맡은 수업 중 ‘인생코칭 수업’이 있다. 핵심은 10년 단위로 전공을 하나씩 만들자는 수업이다. 꼭 대학에서 전공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 나는 나름 6개 정도의 전문 분야가 있다. 첫째 10여년 간 자동차 부품 생산기술 전문가로 일했다. 둘째 인터넷백화점 창업을 했다. 셋째 일터 전문 선교사이다. 넷째 글로벌 유통회사 회장이다. 다섯째 학교를 설립한 교육전문가이다. 여섯째 경영학 박사 학위가 있는 학자이다.
60대 나이에 6개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일일이 비교하면 나보다 뛰어난 분들이 수없이 많다. 그러나 여러 분야의 전문성이 융복합되어 학창 시절. 열등생이었던 내가 성공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70대에는 1년에 책을 한 권씩 내는 저술가의 삶을 꿈꾸고 있다. 80대에는 ‘몽상과 함께 떠나는 유람선 인생학교’를 꿈꾼다. 지중해와 5대양을 누비며 나누는 성경과 인생이야기로 1천만 유튜버를 희망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가지고 있는 달란트는 하나도 버리지 말고 모두 개발하라고 주문한다. 입시는 염두에 두지 않기로 했다. 중등교육이 입시 때문에 망가졌는데 우리마저 입시 위주로 간다면 학교를 설립할 의미가 없었다. 입시를 신경 쓰지 않는 학교에 자녀를 맡길 부모가 있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도 오지 않으면 학교를 세우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대한민국에는 학교가 남아도는데 기존의 학교와 같은 학교를 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드리미학교는 매우 유연하게 운용되지만 엄격한 선이 있다. 5가지 즉 거짓말 도둑질 술·담배 성적 타락 폭력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름하여 ‘5불용(不容)’이다. 이 중에 하나라도 어기면 나를 포함한 선생님들이 48시간 금식을 하며 학생들이 회개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모두 회개할 때까지 수업은 중지된다. 학생들이 충분히 회개하면 학생들과 선생님, 부모님들이 4일 동안 100㎞ 행군을 한다. 마치면 수업이 재개된다. 지금까지 네 번의 행군을 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신뢰 자본’이 형성된다. 그래서 드리미학교 출신들은 세상에서 홀로 ‘각개전투’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체전’을 하는 것이다.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리라고 확신한다.
젊은 날 광야에 홀로 서서 십자가만 바라봤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제자들이 세상에 나가 절대 홀로 싸우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다. 그래서 드리미학교는 졸업이 없다. 학교가 인생 출발의 베이스캠프이자 또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를 소망한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