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SNS에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눈을 감고 ‘빨간 별’이 보인다고 상상해보라는 것이었다. 어렵지 않게 새빨간 별의 형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걸 왜 못해? 라고 생각하며 해당 게시글의 반응을 살펴보자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유형, 회색이나 핑크빛 정도로 떠올릴 수 있다는 유형, 나처럼 왜 불가능하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유형 등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영어로는 ‘inner vision’, 한국어로 번역해보자면 ‘내부 시력’ 혹은 ‘상상 시력’쯤 될 것 같은 이 단어는 상상을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얼마나 명확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를 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사실이 너무 흥미로운 나머지 주변 친구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예술가이거나 이미지에 민감한 친구들은 어렵지 않게 정확한 별의 형상을 떠올린다고 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로부터는 쉽게 빨간 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서는 얼마나 정확하게 별을 상상하고 계실지 궁금하다. 아마 다양한 양상이 존재할 것이다. 단순한 것처럼 보이는 이 실험이 놀랍게 느껴졌던 이유는 우리가 세계를 감각으로 인식한다는 사실, 그 감각을 인식하는 몸의 체계란 인간 개체별로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다. 타인의 귀로 들을 수 없으며 타인의 뇌로 사고할 수 없다. 평생 한 인간의 몸으로만 세계를 감각한다는 사실은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작 붉은색 별 모양 하나를 떠올릴 때도 이토록 서로 다른 우리가 세계의 다양한 사안에 대해 어떻게 같은 입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인간의 양상을 하나하나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 다르다는 사실만큼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르기에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므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