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 결정의 정당성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법정에서 맞붙었다.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 측은 “권력의 폭주이자 헌법 파괴행위”라고 날을 세웠고, 정부 측은 “지금이 의대 증원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강대강 대치가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14일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등 33개 의대 교수협 대표들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입학정원 증원처분 집행정지 신청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행정소송의 첫 재판이다. 법원이 신청을 인용할 경우 의대 증원 추진은 1심이 본안 소송 판결을 내릴 때까지 정지된다.
교수협 측 이병철 변호사는 “복지부 장관은 고등교육법상 아무 권한이 없어 2000명 증원을 결정해 통보하는 행위는 무효”라며 “교육부 장관의 후속 처분도 대입 사전예고제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측 대리인은 “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발표한 것이고, 교육부는 각 대학에 증원 신청을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증원 절차의 주체는 대학이므로 교수는 신청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소송 요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법정에서도 의대 증원의 긴급성을 강조했다. 정부 측은 “의대 정원은 27년간 증원하지 못했다. 지방 중소병원의 구인난과 필수의료 이탈 등이 심각한 단계”라며 “갈등을 조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재판을 마친 뒤 “행정소송을 낸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의료계 어느 쪽도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협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전공의와 학생들이 복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의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정말 중요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교수협의회와 별도로 전공의와 의대생 등 900여명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부와 의료계는 노동협약을 두고도 갈등을 벌이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3일 집단사직에 대한 정부 업무개시 명령이 부당하다며 국제노동기구(ILO) 개입을 요청했다. 정부는 수련병원에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전공의에게는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상태다. 대전협은 이 조치가 ILO 협약 제29호에 명시된 ‘강제노동 금지’ 조항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ILO 29호 협약은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 대해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며 “현재 국민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므로 협약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또 병원의 전공의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민법에 근거해 제출 1개월 뒤부터 자동 사직 처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 차관은 “전공의들은 4년 등 다년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양한주 김유나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