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주(63)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최근 세계교회협의회(WCC) 산하 기후정의와지속가능발전위원회(기후정의위) 부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세계교회협의회는 2년 전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제11차 총회에서 기후정의위를 신설했다. 그만큼 전 세계 교회가 기후위기 극복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회의차 스위스에 머물고 있는 배 교수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후위기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교회가 나서야 하는 문제”라며 “세계교회가 한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교회 다음세대의 저력을 세계와 연결하고 확장하는 일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세계교회는 환경오염을 무시한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유엔에서 지속가능성이 논의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1990년에는 서울에서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JPIC)’이라는 세계대회를 개최했고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 환경개발회의 지구정상회담 이후에는 매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에 참가하면서 기독교적 입장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기후정의위는 5개 분과로 나눠 기후정의를 실천하는 좋은 사례를 찾고 기후난민이나 삶의 터전을 잃은 원주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한다”며 “또 멸종되는 생물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고 생명 경제에 대한 신학적 자료를 만들어 공유·연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가 ‘한국교회 2050 탄소 중립 로드맵’을 만들거나 몽골 ‘은총의 숲’을 조성하는 등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교회에 국한돼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여러 실천 사례를 전 세계에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는데 오히려 한국교회 대부분은 이런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며 “우리에겐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넘어서 교단·노회·개교회 차원의 관심 교육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극복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기독교 기본 계명으로 돌아가라는 뜻입니다. 지구의 생명이 달린 일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헌신적인 형제자매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배 교수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공동대표와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를 맡고 있으며 세계교회협의회 중앙·실행위원을 역임했다. 부위원장 임기는 2030년까지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