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하강에 따른 대출 부실화 가능성 등으로 4조원에 육박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는데도 이자이익으로만 60조원에 가까운 돈을 거둬들였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은 2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8000억원(15%)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5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2000억원(5.8%) 늘었다.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있지만 고금리 시기 집행된 대출의 이자가 계속 들어오면서 순이자마진(NIM)이 1.65%를 기록, 전년 대비 0.03% 포인트 상승한 덕분이다.
다만 이자이익 확대율은 5.8%로 전년(21.6%) 대비 큰 폭으로 둔화했고 NIM도 2022년 4분기(1.71%)를 고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어 수년간 이어졌던 이자이익 증가세가 올해를 기점으로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이자이익은 5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4000억원(68%) 급증했다. 우선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5조원으로 전년 대비 4조9000억원(4450.5%) 껑충 뛰었다. 시장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은행권이 보유한 막대한 채권 등 유가증권의 평가액이 불어난 덕분이다.
유가증권 평가손익은 2022년 마이너스(-) 5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3000억원, 매매손익은 -4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등에 따른 수수료 이익도 5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원(1.6%) 늘었다.
비용인 판매·관리비는 26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00억원(1.1%) 확대됐다. 희망퇴직 등 은행을 떠난 임직원 수가 전년보다 감소하면서 퇴직 급여(-3000억원)와 명예퇴직 급여(-1000억원)가 모두 줄었지만 물건비는 7000억원 증가했다. 대손 비용은 10조원으로 전년 대비 3조6000억원(55.6%) 늘었다. 금융 당국이 충당금 산정 기준을 강화하면서 추가 적립 필요가 생긴 탓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