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목마름이 물을 찾는다

입력 2024-03-18 03:06

“포도는 잡초도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자란다고 하더라. 그 목마름이 얼마나 타올랐기에 물을 찾는 뿌리가 수십척 땅속 암반수에 이른다고 하더라. 포도나무 가지에 움이 트고 작은 꽃들이 피어날 때 님이 와서 말한다고 하더라 너를 사랑한다고.”(이어령,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中)

시인은 ‘목마름’이 물을 찾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포도나무의 목마름은 뿌리가 더 힘 있게 뻗게 하여 수십척 땅속 암반수에 이른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가지에 움이 트고 작은 꽃들이 피어나며 ‘님이 와서’ 사랑한다고 말해준다고 말하며 님을 만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하고 귀중한 것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시를 읽으며 밑줄을 그어 봅니다. ‘목마름이 물을 찾는다.’ 시인의 고백을 곱씹어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는 어떤 목마름을 앓고 있는가. 시인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목마름이 물을 찾는다고 선언합니다.

열두 해 동안 혈루증을 앓아 온 여인은 목마름이 있습니다. ‘열둘’이 의미하는 것처럼 오랜 기간 치료가 어려운 질병을 몸에 지니고 사는 삶은 회복을 향한 목마름조차 꺾어 버리기 쉽습니다. 그런데도 여인은 거라사 광인을 고치시고 병든 자를 치유하신 예수님에 관한 소식을 듣고 목마름으로 물을 찾듯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포도나무가 뿌리 내리듯 율법이라는 한계를 넘고 많은 사람을 뚫고 가야 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며 물 되신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예수님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막 5:28)고 여기며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만졌고 그 순간에 치료받았습니다.

예수님과 여인만 아는 놀라운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때 여인을 더욱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예수님이 “누가 나의 옷자락에 손을 대었느냐”고 물으신 것입니다. 예수님 주변의 많은 사람은 이 여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지만, 예수님은 믿음을 가지고 온 여인에게 관심을 기울이셨고 찾으셨습니다. 혈루병으로 인한 수치심으로 사람을 피해 다녀야 했던 여인은 이제 사람들 앞에서 떳떳이 예수님께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여인의 몸과 마음을 모두 고치시고 구원의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이 사건에서 옷자락은 세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옷자락은 믿음의 고백입니다. 포도나무가 목마름으로 척박한 땅을 뚫고 암반을 지나는 것처럼 여인에게는 옷자락을 잡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여인의 믿음은 우리 안에 은혜를 사모하는 목마름, 타성에 빠져 아무런 소망도 없는 신앙생활에서 결단과 헌신이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둘째 옷자락은 믿음의 열매입니다. 여인은 목마름이 물을 찾는 것처럼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대고 치료받았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값없는 은혜를 베푸시지만 때로는 오늘 본문의 여인처럼 적극적으로 다가오길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밀도(密度) 있는 기도와 만남의 질(質)을 요구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옷자락은 믿음의 반응입니다. 예수님은 여인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옷자락을 붙잡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이, 슬픔의 눈물을 삼키며 하루하루 지내는 이에 대하여 무감각하게 반응하지는 않습니까. 제자들처럼 예수님께 엉뚱하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옷자락에 담긴 믿음의 고백을 회복하고 믿음의 열매를 맺으며 믿음의 반응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삶은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목마름입니다. 목마름이 물을 찾습니다.

김영호 목사(육군본부교회)

◇김영호 목사는 육군 군종 목사로 군선교의 심장인 충남 계룡의 육군본부교회에서 시무하고 있습니다. 장병들을 ‘땅끝’이라고 정의하며 군 복음화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군복입은 연금술사’(두란노) ‘입대예비학교’(두란노) ‘괜찮아 괜찮고 말고’(미션그라운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