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의대 교수들 “내일까지 사직 결정”… 정부 “국민 잃을 것”

입력 2024-03-14 04:07
충북대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13일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 의대 1층 대강의실에서 긴급 임시 총회를 끝내고 퇴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번 주말 집단 사직 여부를 표결에 부친다. 연합뉴스

서울대 연세대 등 19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15일까지 각 대학의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지만 결국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공의가 빠진 상황에서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의료 현장은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13일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3시간 동안 1차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각 대학 비대위 대표들은 소속 대학교수와 수련병원의 임상진료 교수들로부터 사직서 제출에 대한 의사를 15일까지 취합하기로 정했다. 비대위는 15일 2차 총회를 열기로 했다.

비대위는 “지금의 의과대학 학생과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학업과 수련을 마치지 못하면 대한민국 의료의 진짜 붕괴가 올 것”이라며 “곧 닥칠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와 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 및 휴학을 막기 위해 비대위를 조직하고 연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1차 총회에 참석한 대학은 19개지만 2차 총회에 참석하는 대학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앞서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정부가 적극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18일 전원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울산의대, 중앙의대, 단국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집단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방재승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의 결과 비대위 대표 대부분이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교수마저 사직한다면 이탈한 전공의가 돌아올 길이 없어질 뿐 아니라 동료의 비난 속에서도 의사로서, 의대생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남아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국민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대상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11일 장관이 전공의와 만난 데 이어 12일에도 의료계와 만나는 등 대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가 의료법을 근거로 전공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개입을 요청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교수) 1명이라도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것은 사형선고”라며 “제자들에게 ‘환자만큼은 지키며 싸워야 한다’는 철학을 몸소 보이는 양식 있는 학자로서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의대생들의 휴학 사태도 악화하고 있다. 한림대 의대의 경우 본과 1학년 학생 83명이 수업 거부 뒤 교수로부터 ‘유급’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에서는 구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표들에게 대화를 제안했지만, 대화 시한인 이날 오후 6시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