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 각종 불법 상품을 마구잡이로 판매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결과 불법 성인용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성인용 피규어, 성기구 등이 성인인증을 요구하지 않은 채 적나라한 사진을 내걸고 판매되고 있었다. ‘인형’을 검색하면 신체 중요 부위만 가린 여성의 알몸 모형이 나타나는 식이다. 심지어는 일반 생활용품을 검색해도 이 같은 상품이 추천되기도 한다.
불법 의약품도 버젓이 팔리고 있다. ‘남성 전립선염 치료 패치’ ‘남성 성적 쾌락 알약’ ‘무통 영구 제모 세럼’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멜라토닌, 시력 교정용 안경·콘택트렌즈 등도 팔리고 있다. 약사법·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상품들이다. 이외에도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총기류 등이 팔리기도 한다.
허위·과장 광고도 비일비재하다. 셀 수도 없이 많은 판매자가 주름을 제거해주는 ‘얼굴 주름 지우개 크림’, 코를 높여주는 ‘코 리프트 업 매직 세럼’ 등을 가짜 사용 전후 사진으로 홍보하고 있다.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의 차이다. 이들 화장품의 정확한 성분도 확인할 수 없다.
심지어는 조작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용자 후기도 올라와 있다. 판매자의 제품 홍보 사진과 비슷한 정도로 비현실적인 사진을 첨부해놓고 “3병만 쓰고 나니 코가 더 완벽해 보이네요”라는 식으로 써놓은 후기가 여럿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100억원을 투자해 가품을 근절하겠다고 발표한 지 세 달이 넘었지만 가품 판매도 여전하다. 이날 알리익스프레스의 패션 카테고리 첫 화면에만 들어가도 ‘그로브’ ‘미우미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샤넬’ 등 갖은 패션 브랜드의 모조품들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우려에도 중국 이커머스들의 대응은 허술하기만 하다는 평가다. 성인용품은 모두에게 팔면서 일반 상품을 성인용 상품으로 팔고 있는 식이다. 같은 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속옷’을 검색한 결과, 상위 30개 상품 중 20개 상품이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19금(禁)’ 상품이었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성인인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반 속옷이다. 이외에도 가발, 마우스피스 등을 뜬금없이 성인용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가 대리인 지정 의무화 등 여러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플랫폼이 가품 방지 대책 등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 여러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가품 판매가 횡행하고 있다”며 “강제력이 없는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가 실질적인 불법 상품 필터링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