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한 아파트 상가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김모(55)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사철인데도 매물이 안 나와 사무실 임대료조차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인중개업소 휴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금리로 휴폐업하는 공인중개업소가 증가하고 있다. 1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업소 454 곳이 문을 닫았고 65곳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519곳이 휴폐업하는 동안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는 308곳에 불과하다.
휴폐업한 수가 개업한 수보다 211곳 많았다. 이렇게 역전된 것은 지부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김씨는 “한 달에 1건도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극심한 불황으로 문을 닫을까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사철인데도 매매는 물론 전세와 월세 거래가 가물에 콩 나듯 나올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부동산거래현황통계를 보면 건축물과 토지 등 지난해 광주지역 전체 부동산 거래건수는 1만7396건으로 2021년 3만2588건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대구도 공인중개업소 휴폐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휴폐업한 대구의 공인중개업소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구 공인중개업소 폐업 수는 783곳으로 전년(658곳) 대비 19% 증가했다.
개업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5년 980 곳이었던 대구지역 신규 공인중개업소가 2021년 687곳으로 급격하게 줄었고, 2022년 604곳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616곳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치다. 지역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에 따른 거래절벽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제주에서 휴폐업한 중개업소는 총 212곳으로 전년(153곳)보다 59곳(38.6%) 늘었다. 이처럼 제주지역 중개업소가 고전하는 것은 부동산 거래건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집계된 제주지역 주택매매 거래건수는 2020년 1만409건, 2021년 1만2060건에서 2022년 8430건, 2023년 6692건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제주도 미분양 주택은 2018년 이후 2021년 12월 836호로 가장 적었고, 지난해 10월 2523호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중개사무소는 1만4379곳, 휴업한 중개사무소는 1438곳에 달했다.
이 때문에 한때 ‘국민고시’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지역본부가 지난해 집계한 광주지역 공인중개사 시험 전체 응시자는 5539명으로 2022년 8075명보다 2536명 줄었다. 2021년 응시자 9282명에 비해서는 40% 이상 감소했다.
장선욱 최일영 문정임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