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참모들에게 “의료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전공의들에 이어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집단사직을 예고했지만 정부가 물러서지 않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응급 환자 및 중증 환자에 대해 빈틈없는 비상 대응을 하라”고 지시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8일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는 등 의사 집단행동이 교수들로까지 확산하자 비상진료체계에 기반한 원칙적 대응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과 관련해 “대통령이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했다”며 “의료법을 위반해 현장을 이탈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교수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진료유지명령이나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현장에서 사직서를 내지 않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그런 일(집단사직)이 발생한다면 여러 법적 절차를 거쳐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게 지금의 대통령실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종교계 지도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도 “의료개혁 등 우리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과제의 완수를 위해 종교계에서도 힘을 모아 달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각 종단이 생명 존중의 뜻에서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해준 점에 사의를 표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종교계 인사는 “의료개혁이 전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물러서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노력에 부응해 종교계가 다 같이 성명을 내는 방향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종교계 인사는 “우리(종교계)가 의사협회를 만나 설득할 필요가 있는지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원로목사 등 종교계 인사 10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정부 입장은 제발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달라는 것”이라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건 진정한 대화 의지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들과 28차례에 걸쳐 의대 정원을 포함해 여러 의료개혁 논의를 해 왔다”며 “2000명이라는 숫자가 갑작스럽다거나 일방적이란 말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명지성모병원을 방문한 뒤 “규모가 작은 전문병원도 실력이 있으면 상급종합병원만큼 수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에 전문성·성과에 따른 지원 체계 마련을 지시했다. 현행 ‘요양기관 종별 가산제’는 규모가 큰 병원에 수가를 많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문병원은 똑같은 의료행위를 하더라도 상급종합병원보다 낮은 수가를 받고 있다.
이경원 권중혁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