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가 12일 정부·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의사협회를 향해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제안했다. 정부가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18일 집단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뒤 해법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들 모두 기존 입장을 뒤집는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곧바로 거부했다.
방재승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 기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한국 보건의료지표 분석을 의뢰한 뒤 이에 근거해 1년 후 의사 수 증원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힌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하자는 것이다. 또 정부를 향해 “(증원하는) 의사 수를 2000명으로 고정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방 위원장은 의협을 향해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재검토가 아닌 증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대화 협의체 구성에 동의하라”고 촉구했다. 또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해서도 “정부와 의협이 대화 협의체 구성을 하면 전원 복귀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 모두 중재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은 더 늦추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특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필수의료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생각할 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고 했다.
의협과 대전협은 서울대 비대위 자체의 중재 대표성이 없다고 본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논평할 가치가 없다. 일방적인 희망”이라며 “사전에 협의된 바 없고 들어줄 이유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도 “서울대 비대위와 합의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박 위원장과 전공의·의대학생 대표, 수험생 대표 등은 교육부와 복지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도 낸다는 계획이다.
이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5개월 전에 대입 전형을 갑자기 바꾼 사례는 1980년 전두환 정권 이후 처음”이라며 “대입 전형 시행계획과 입시요강을 변경하는 것은 고등교육법상 불가능하고, 의대 증원이 대학 구조개혁에 해당한다는 것은 입시 농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향해 토론을 제안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법정에서 다퉈야 될 내용을 국민 앞에서 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편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일부 전공의와 비공개로 만났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첫 만남이다. 다만 복지부는 장관이 만난 전공의가 누구인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공의를 대표하고 있는 박 위원장은 소셜미디어(SNS)에 “조 장관을 만난 적 없다”고 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