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문의를 많이 고용하는 병원에는 보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비중을 10%로 낮추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전공의 집단사직을 계기로 그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했던 전공의 의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또 집단행동을 예고한 의과대학 교수들에 대해서는 진료유지명령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일 전문의 고용을 위한 병원 보상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수련생인 전공의 이탈로 생기는 의료 현장의 불편은 그동안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온 왜곡된 의료체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수련생인 전공의를 제대로 수련하고, 환자에게는 전문의 중심의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의료개혁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비율은 약 40%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 전공의 비율이 1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비정상적인 구조다. 정부는 전공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먼저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의료기관을 설립할 때 충족해야 할 의사 배치 기준의 경우 전공의는 0.5명, 전문의는 1명으로 산정한다. 전문의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대신 전공의에게 의존하는 이유는 인건비가 저렴해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유인책이 필요하다. 박 차관은 “필요한 수가 지원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의를 채용하면 수가로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토론회를 열어 현장 의견을 수렴해 담을 예정이다.
전문의가 늘어나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 건수가 지금보다 더 증가할 거라는 우려도 있다. 2차병원의 환자 수요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무한 경쟁이라고 볼 수 있는 현재 체계를 놓고 전문의 중심으로 갈 수는 없다”며 “2차병원과 환자를 중증도에 맞게 진료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함께 이뤄져야 온전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전문의가 기존 1년 단위로 단기 계약을 하는 방식을 개선해 육아휴직과 재충전을 위한 연구년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확산하자 교수에 대해서도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박 차관은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면서도 “지금 한다, 안 한다 말하기는 어렵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마지막 버팀목인 교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며 “(교수에게) 명령을 남발하는 과오를 저지른다면 의료 시스템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