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인공지능(AI) 사업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섰다. 연일 격화되는 두 사람의 소송전은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빅테크 간 경쟁의 한 단면이다.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의 챗봇 ‘그록’의 소스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지난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전 세계 개발자가 그록에 적용된 AI 기술을 이용·검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GPT-2 이후 챗봇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지 않는 오픈AI와는 상반된 행보다.
지난달 말 머스크는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한 오픈AI가 최근 이윤만 추구한다고 비난하며, AI 기술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오픈AI가 설립 당시의 비영리 계약을 위반했고,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GPT-4 등 오픈AI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소장에서 “오픈AI는 인류의 이익이 아닌 MS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2015년 그렉 브로크먼 오픈AI 공동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개발자들과 오픈AI를 창립했다. 오픈AI의 목표는 인간을 돕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이었다. 당시 머스크의 테슬라와 아마존웹서비스(AWS), 페이팔 등은 오픈AI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사업에 집중하고 싶다”면서 오픈AI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오픈AI 측은 머스크의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오픈AI는 지난 5일 공식 블로그에 “2017년 초 AGI를 구축하려면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시 머스크는 우리와 함께 수익을 위해서 영리 단체가 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2018년 2월 테슬라와 오픈AI의 합병을 종용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오픈AI 경영진들에게 보냈다고 했다. 오픈AI는 당시 이메일까지 블로그에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머스크의 소송은 현재 본인이 오픈AI에 관여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후회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그록을 공개한 이유도 결국 챗봇의 상업화를 노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스를 공개하면 개발자와 잠재 고객이 더 빠르게 유입되는 등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머스크와 올트먼의 불화는 AI 분야를 지배하기 위한 경쟁에서 세력 균형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