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에 대해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사가 출국했지만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수사팀 입장은 확고하다. 소환조사가 원칙”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향후 대면조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물리적 거리는 있지만 외교관 신분으로서 국내에 들어와야 할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이 대사를 지난 1월 출국금지했다. 이 대사는 지난 4일 대사로 임명됐고, 공수처는 지난 7일 4시간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팀이 원하는 만큼 충분한 조사를 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고 했다.
이 대사의 출국으로 사실상 공수처 수사가 ‘윗선’으로 뻗어나가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방향과 강도를 결정해야 할 공수처 수장도 현재 공석 상태다. 이 대사는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뒤 교체한 새 휴대전화를 공수처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사용하던 업무수첩은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윗선인 이 대사 조사가 다른 실무자들보다 먼저 이뤄진 것에 대해 “임명 사실을 언론을 보고 알게 돼 황급하게 조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법무부가 지난 8일 이 대사 출국금지를 해제하며 수사 과정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법무부는 공수처가 지난해 9월 고발장을 접수한 후 이 대사를 한 번도 조사하지 않고, 여러 차례 연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출국금지를 유지할 명분이 없었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출국금지를 안 했으면 어떻게 됐겠나. 출국금지를 안 하는 게 맞나”라고 반문했다. 공수처는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채모 상병 순직사건 이첩을 보류하도록 지시하는 등 해병대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 수사를 받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