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두 도시 이야기’로 유명한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는 평생 학교라고는 4년밖에 다니지 않았다. 그는 청소년 시절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소설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고 퇴짜를 맞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의 진가를 알아본 출판사 편집자에 의해 꿈을 이루고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끊임없는 노력과 지칠 줄 모르는 성실함이 일궈낸 결실이었다. 드라마 같은 그의 일대기는 현실이 고단해도 자신을 믿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결실을 맺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희망을 준다.
아침 산책길에 막 움트기 시작한 산수유나무의 노란 꽃봉오리를 보며 비범한 인물의 인생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 어디에나 성실함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주렁주렁 매달린 풋고추와 알알이 들어찬 옥수수, 가을철이면 거리에 뒹구는 은행나무의 열매도 성실함의 결실인 것이다. 명자나무는 4월에 꽃을 피워 7월에 열매를 맺고 석류나무는 가을에 열매를 맺고 동백나무는 겨울에 꽃을 피운다. 나무에 빠르고 느리다는 개념이 존재할까. 명자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을 석류나무가 시샘할까. 가장 먼저 움튼 꽃봉오리를 성공이라 할까. 자연에는 빠르고 느림, 성공과 실패, 1등과 꼴등 같은 순위가 없다. 각자의 때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성실은 정직함과 간절함을 드러내는 몸짓 언어다. 새벽의 기운이 남아 있는 첫차에 오르는 사람들, 수많은 사람의 눈길과 손길이 오간 도서관의 닳고 해진 책들, 최선을 다했으니 만족한다는 운동선수의 당당한 인터뷰에서 속속들이 알 수 없어도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함과 인내의 시간이 보인다. 정직함과 간절함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머지않아 자신의 때를 맞아 결실을 맺게 될 거라고 믿는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