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11일부터 주요 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 파견인력 158명이 투입됐다. 정부는 이날부터 4주간 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 공보의 138명 등을 배치한다.
이날 신촌세브란스 내과 병동에서 만난 한 간호사는 “집단사직 사태 이후 전공의가 없어서 환자에게 필요한 주사 처방이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며 “처방권이 있는 공보의나 군의관이 온다면 처방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간호사도 “공보의나 군의관은 의사면허가 있어서 간호사와 업무 범위 자체가 다르다”며 “현장에 투입되면 PA(진료 지원) 간호사가 처방을 내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일부 의료진은 현장 투입 인원이 너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신촌세브란스 내과 병동 소속 A교수는 “나간 전공의는 수백 명인데 들어오는 대체 인력은 10여 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같은 병원 소속 간호사 B씨도 “차출된 158명이 전부 대학병원 한 곳에 들어와도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의관과 공보의가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한 신장내과 교수는 “1년 차가 들어와도 일 익히려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리는데, 해당 인원이 불과 4주 동안 와 있는 건데 식당이나 화장실은 제대로 찾겠느냐”고 말했다.
일부 의료진은 지방의 의료공백도 걱정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사실 공보의가 온다고 해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의료 취약지에서 군의관들을 데려오면서 지역에 의료공백이 생기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환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50대 장모씨는 “지역에서 근무했더라도 다 같은 의사라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지방 사람들은 큰 병이 생기면 의료장비가 갖춰진 상급병원으로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촌세브란스에 3일째 입원 중인 70대 C씨도 “지방에까지 손을 빌려야 할 정도로 상황이 매우 급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주 내로 약 200명 규모의 공보의를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지역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기존 의료진을 순환 배치하는 방식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혀 다른 곳에서 일하던 공보의와 군의관들이 파견됐을 때 업무에 손발이 맞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정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